[영화인] 이일목 <감독>..한국적인것만이 경쟁력 가질수있다

이일목감독(51)은 "토종"으로 불린다. 막걸리타입의 수더분한 외모도 그렇지만 우리민족의 한과 생명력을 주로 그려온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야말로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가장 한국적인 것만이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고 믿는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작품은 "카루나". "수난의 시대를 살다간 분님이라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분단현실의 비극과 민족의 화해를 그리게 됩니다. 사랑은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위대하지요. 통일은 민족동질성 회복을 통해 완성되며 그 토양은 한과 신명의 조화에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아태영화제 촬영.음악상 수상작인 "휘모리"에서 우리민족의 정신과 한을 판소리로 풀어낸 그는 "한국인의 한은 패배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일어서는 한""이라고 강조했다. 국악이 계면조와 우조로 이루어져 있듯 한과 신명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우리의 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휘모리"가 20만달러에 판매돼 유럽지역에 배급되고 있는 것도 이런 "토종전략"이 먹혀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일본 송죽영화사의 다카하시전무가 이영화를 보고난뒤 한일합작연출을 의뢰해 왔어요. 민족정서의 표현방식에 공감했다는 거죠. 개봉당시 김수환추기경이 대한극장에서 사제들과 함께 관람한뒤 "안봤으면 한이 될 뻔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영화는 그나라의 대중적 감수성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합니다. 국민영화로 자리잡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휘모리"에서 추구했던 한의 승화를 "카루나"를 통해 민족화해의 정신으로담아낼 생각입니다" 그는 영화가 완성되면 평양에도 필름을 보낼 계획이라며 현재 통일원에서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민간교류창구를 통해 금강산의 유점사촬영도 추진중이라고. 그는 또 50여 실향민단체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 판문점중립지역에서 사상첫 "통일시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67년 동국대 졸업후 시나리오작가로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첫작품 "황금의 부루스"(69년)를 비롯, 100여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89년 시나리오작가협회장으로 있으면서 직배반대투쟁위원장을 맡아 8개월간 옥고를 치른뒤 92년 "시라소니"를 통해 감독으로 변신했다. 그의 영화에 대한 욕심은 정평이 나있다. 단한차례의 야외촬영에도 10대 이상의 장비차량을 끌고다녀 "기갑사단"이라는 말을 듣는다. 태양광에 의존하지 않는 그의 색채감각때문에 13m높이의 조명크레인(HMI)과 카메라촬영크레인등 대규모 장비들이 꼭 따라붙는것. "카루나"의 500나한장면을 위해 7월중 몽골현지촬영을 떠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