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수상] 포탄과 쌀 ..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

6.25라는 비극이 발생한지 45주년이 되었다. 45년전의 그날 북한 공산군은 소련의 탱크 300대를 앞세우고 동포의 가슴에총칼을 겨누면서 38선을 넘어 노도와 같이 무력남침을 했다. 국토는 폐허가 되고 산업시설은 병화에 타고 수백만의 사상자가 속출했다.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했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깃발은 무너지는듯 하였다. 1953년 7월27일 휴전조약이 성립되고 총소리는 멎었다. 3년1개월에 걸친 민족상잔의 큰 비극이었다. 중립국 감시단의 한 대표는 잿더미로 변한 남한의 참상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절망의 나라가 되었다. 역사의 제일 뒤꽁무니에서 20세기가 끝날때까지는 결코 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용감하게 일어섰다. 피와 눈물과 땀을 흘려 국토를 재건하고 자유를 다시 찾고 번영의 길을 개척하여 세계 12~13위를 다투는 무역국가를 창출하여 세계사의 중심무대에우뚝 서게 되었다. 6.25남침 45주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북한의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해 우선 15만t의 쌀을 무상으로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 1t이 일곱섬이니까 100만섬이 넘는 적지 않은 양곡이다. 앞으로 식량원조는 계속하여 추가될 것이다. 6.25때 북한은 우리에게 죽음의 포탄을 퍼부었지만 우리는 지금 사랑의 쌀을 그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남북회담을 재개하고 통일의 길을 모색하자. 어느시대나 그 국민이 해결해야할 역사의 숙제가 있다. 링컨의 말과 같이 우리는 역사로부터 도피할수는 없다. 역사의 숙제를 잘 풀면 그 나라는 역사상 자랑스러운 우등생이 되고 숙제를풀지 못하면 역사의 부끄러운 낙제생으로 전락한다. 외세의 압력으로 우리에게 부과된 남북분단의 무거운 멍에를 짊어진지 45년의 곤욕스러운 세월이 흘렀다. 남북통일은 우리의 소원이요, 역사의 난제다. 이데올로기가 다르고 체제가 틀리는 두개의 분단국가를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독일은 서독의 막강한 경제력을 수단으로 흡수통일에 성공했다. 월맹은 엄청난 비극을 겪으면서 통일을 이루었다. 우리는 어떻게 통일에 이를 것인가. 우리는 다른나라의 수단을 취하려 하지 않는다. 점진주의의 방법으로 북한과 교류를 통하여 동질성을 회복,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 한다. 이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1917년10월 계급과 착취가 없는 자유사회를 건설한다고 호언장담하면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사회를 만들어 역사의 실험을 해 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골고루 못사는 사회다. 빈곤의 공동분배의 사회다. 사회 과학의 진리는 실험을 거쳐야만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수있다. 실험을 거치지 않은 진리는 하나의 유상에 불과하다. 주체사상은 우리에게 밥을 먹여 주지 않는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그럴듯한 거짓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허망한 사상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한다. 공산주의는 우리에게 두가지의 큰 교훈을 남겼다. 첫째, 독재사회는 결국 무너진다. 둘째, 폐쇄사회는 쇠망한다. 자유사회는 발전하고 개방사회는 번영한다. 이것이 역사의 명명백백한 진리다. 그러므로 번영과 행복을 원한다면 마땅히 독재와 폐쇄를 버리고 자유와 개방의 길을 가야한다. 이것이 6.25 남침 45주년을 맞으면서 주체사상과 공산주의자에게 보내는 나의 간곡한 메시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