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선거후 전개될 정치의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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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선거는 제백사하고 공명선거의 기록을 세운 점에서 기억돼야 한다. 이 경험은 앞으로 하기에 따라 한국 정치에 새 지평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한가지 사실이 지역대립 심화등 여러 부산물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본다. 나아가 여권의 패배에 불구, 통합선거법 제정에서 관권개입 자제등 선거혁명 기필구현 의지로 쌓아올린 김영삼정부의 금자탑을 평가함에 있어 역사는 결코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정부 여당도 승패의 논리가 아니라 부정선거 추방의 국민적 숙원을 이만큼 이루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선거결과를 국민의 심판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설욕에나 매달린다면 민주주의 활착,선진사회 준비,통일접근이라는 위업에 전향적 자세로 한발짝도 내디딜수 없다.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어야 할 3금의 군림이 이번에 재현돼 그 연고지역간의 대립심화라는 시대역행적 부산물을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새롭게 싹이 튼 국민의 정치 의식은 웬만한 부작용쯤 흡수하고도 남으리라는 기대를 걸만 하다. 무엇보다 4개 통합선거의 혼란 우려가 잘 조직된 투개표 운영으로 불식되었고 크고 작은 물의에 불구,역대 어느 선거에 비해서도 괄목할 발전을 이루었다는 합격점을 구석구석에서 받을만 했다. 우리는 승패 불문,정당이나 정치인 유권자등 모든 참여 당사자들이 이번 선거에 비친 긍정적 측면을 크게 부각시켜새롭게 전개될 지방화시대,경쟁력있는 세계화 시대의 경영에 힘을 합칠 것을 권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여당은 시대와 민중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예측 빗나간 투표성향을 구정객의 불순한 선동탓으로만 돌릴때 집권당의 발전은 없다. 그런 선전이 현실로 먹혔다면 민중의 우매때문이 아니라 비판에 실체적 타당성이 있다는 반성에서 다시 출발해야 장래가 있다. 김정부가 표방해온 개혁원리및 인사원칙의 공정성등 지난 2년반 지배원리의 내면적 타당성을 허심탄회하게 자아비판하고 개선하려 발버둥칠 때만 전화위복은 바라볼수 있는 것이다. 둘째 이번 선거에서 세의 만회나 약진을 보인 야권의 지도부는 여론을 아전인수로 해석해선 안된다. 설령 그들의 호소대로 국민이 김정권에 중간평가를 내린 결과일수 있다고 해서 그 자체가 연고지 의존적 구태정치를 지지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천착해야 현명하다. 각당파 지도자의 대정부 비판에 대한 주민의 동조는 현실불만에 대한 동의표시일 수는 있지만,지역 할거주의가 바로 새 정치의 지도이념이라는 찬동으로 혼동될 수는 없는 현실을 꿰뚫어 봐야 생명이 남은 지도자의 안목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지자제의 본격시행,쌀제공이후 새 대북관계의 전개,새 세계경제 질서등 선거후 정계의 판도,경제운영의 틀,새 사회문화 윤리의 모색등 어느것 하나 변화가 예고되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는 자유롭되 책임감 있게,분권을 추구하되 동질지향의 새 시대 창조에 함께 매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