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총체적 안전진단 시급하다

삼풍백화점사고는 오늘 취임하는 조순 민선서울시장이 해결해야할 최우선적인 시정과제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일깨워주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조시장은 지난 28일 시정 운영방향과 관련,경영원리를 도입해서 행정의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행정생산성제고보다 더 화급한 시정은 안전불감증에 젖어 있는 행정당국자및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수 있다. 국민들은 지금 전국의 철도 교량 지하철등 공공시설물 뿐만 아니라 민간대형건물에서도 안전사고가 잇다를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낡은 아파트를 비롯해서 흡사 붕괴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같은 위험한 지상건조물들이 널려 있는게 현실이다. 작년10월 성수대교가 무너진 이후 연이어 발생한 서울종암동육교붕괴,아현동및 대구 가스폭발참사 등은 모두 민관관계자들의 안전의식결여가 원인이었다. 민간기업인들은 졸속공사 부실공사로 일관하고 관리 행정당국은 엉터리 준공검사로 화답해온 관행들이 지은지 5년밖에 안된 삼풍백화점을한순간에 폐허로 만든 것이다. 삼풍백화점의 경우 행정당국이 성수대교붕괴 이후 수개월 간격으로 두차례나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그때마다 "안전에 이상없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서울시 행정당국의 안전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동안 대형구조물에 대해 실시한 행정당국의 안전점검이 흉내만 내는 겉치레로 그쳤음을 반증한다. 우리는 최병열 전임시장이 지난해 11월 시장취임 당시 서울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조속히 끝내서 서울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최시장의 재임8개월동안 대형사고는 그치지 않았다. 시장의 약속이 공염불이 된 것이다. 삼풍백화점사고는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안전불감증이 만연돼 있음을 다시한번 입증해 주었다. 전근대적인 사고가 되풀이되는 사회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해도 선진사회는 아닌 것이다. 백화점에서 마음놓고 저녁 찬거리를 살수 있는 조그마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회가 어떻게 선진사회란 말인가. 우리사회는 지금 총체적인 안전진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에 대한 진단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이번 사고는 일깨워준다. 백화점 경영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의식만이라도 갖추고 있었다면 대형참사는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행정당국은 이번 사고를 과거처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문책성인사 등으로 서둘러 미봉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신임시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공공시설물에 대해 총체적인 안전점검에 착수하고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말로만 안전대책을 나열하는 부실행정부터 추방하고 언행일치 지행합일하는 행정풍토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