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사람들] (52) 국제영업맨 <3> .. '비회원사' 모시기

국내에 들어온 외국증권사 서울지점들은 흔히 비회원사로 통한다. 주식매매거래를 위해 증권거래소에 주문을 내려면 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이들 외국사들은 대부분 가입하지 않은데 따른 별칭이다. 당연히 비회원사들이 주문을 내려면 회원인 국내증권사를 거쳐야만 한다. 지난91년10월말 첫지점인가를 받은 영자딘플레밍증권을 포함해 현재 13개 외국사 서울지점중 12군데가 비회원사로 남아있다. 자딘사만이 지난2월말 특별회원으로 가입했다. 말이 좋아 비회원사들이지만 국내증권사 국제영업부직원의 입장에선 가장큰 고객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비회원사 모시기"라는 말도 나온다. 대형D증권사에서 국제영업을 맡고있는 김차장. 본사직급으로 보면 과장이지만 대외영업을 고려해 차장명함을 들고 다닌다. 전체 국제영업 약정을 놓고보면 시장개방 초창기부터 이증권사는 1,2위에서 밀려났다. 김차장이 생각하는 부진사유는 간단하다. 비회원사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지금도 그는 선발대가 한차례 훑고 지나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한푼어치의 주문이라도 더따내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비회원사들의 한달 약정규모는 2천억-3천억원선에 달합니다. 국내증권사들이 1개지점을 통해 월2백억원정도의 약정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수 없는 고객이지요" 비회원사 재조명에 나선 김차장의 말이다. 오랫동안 비회원사를 모셔온 베테랑급의 S증권 박차장은 이제 신물이 났다. 그는 비회원사 모시기에도 3불문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업종이든 종목이든 조사분석자료가 나오면 묻지말고 가져다 바치고 그들이 주는 주문이면 규모야 어떻든 물불 가리지 말고 최대한 체결시키며 이들이 제시하는 부대조건도 무조건 들어주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대조건에는 커미션요구는 물론 갖은 서비스가 다 포함된다. 박차징이 이골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비회원사로부터 받는 주문이 모두 "진짜 외국인"도 아니다. 외국사들이 국내기관들의 주문을 받아내 국제영업부를 통해 다시 주문을 내는 사례는 허다하다. 국내기관들이 비회원사를 "부려먹는" 이유는 크게보아 2가지. 외국사를 통할 경우 주문종목이나 규모등에 관한 비밀이 잘 지켜지는데다 비회원사들이 약정을 미끼로 회원사들을 총동원하기 때문에 체결률도 훨씬 높다는 것이다. H증권의 이차장은 보다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 케이스. 국내기관들로부터 일정규모의 약정을 받아 3배로 부풀린 약정을 되받는 조건으로 비회원사에 갖다 바친다는 얘기다. 비회원사를 통한 주문에선 수수료의 70%를 외국사들이 챙기고 나머지 30%만 국제영업부의 몫으로 돌아온다. 결국 나중에 3배의 약정을 받으면 전체 수수료수입은 비슷해지는 반면 국제약정은 3배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이제 국내 증권사 국제통들도 이같은 무모한 약정경쟁에서 탈피하려는 몸부림을 치고있다. 시장개방 초기에 괴력을 발휘하며 군림하던 비회원사들의 입김도 차츰 약화되는 모습이다. 초창기에 대형증권사 국제약정의 40%가량을 차지했던 이들의 비중도 지금은 10%정도로 떨어졌다. 이는 바로 동남아지역에 관심있는 펀드매니저라면 무조건 만나고 보는 임윤식LG증권이사나 외국투자기관의 회장및 사장을 10여차례나 방문해 특정펀드의 실질적인 대한투자운용을 따낸 이종윤선경증권이사등의 피맺힌 노력의 결실이다. 그결과 대우증권이나 쌍용투자증권등의 순수외국인 단골고객도 2백명내외로 늘어났고 급기야 영자딘플레밍증권은 올해초 거래소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