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삼풍근무 막내딸 찾아헤매던 어머니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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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숙아,하필 생일날 이게 웬 변이냐.미역국 한그릇 제대로 못차려준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는구나" 삼풍백화점 A동 지상1층 양산코너에서 근무하다 변을 당한 김은숙양(22.동작구 상도동)의 어머니 박순덕씨(52.전북부안)는 딸이 근무하던 사고현장근처를 맴돌다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박씨가 사고현장을 헤맨지 벌써 8일째. "엄마,내일이 내생일이야. 엄마보러 집에 한번 내려가고 싶어도 바빠서 힘들어. 휴가받아 고향에 갈때까지 몸조심하세요" 사고전날밤 딸과 나눈 마지막 전화통화의 내용이다. 딸은 마치 사고를 예감했듯이 가족들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시골에서 농사일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휴가때 엄마가 좋아하는 예쁜양산 사가지고 갈께요" 명랑하기만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생사도 모른채 막내딸이 차갑고 어두운 지하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하면 박씨는 억장이 무너져내린다. 막내인 은숙양은 5남매중에서 효심이 제일 지극하고 정이 많아 부모의 귀염을 독차지 했었다고 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은숙양의 재롱만 보면 저절로 화해가 이뤄질 정도였다. 은숙양은 햇빛에 검게 그을린 어머니의 얼굴이 안쓰러워 양산을 선물하겠다며 8월의 휴가를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한다. "아직도 삐삐를 치면 호출신호가 가요. 그런데 대답이 없어요. 지하 어딘가에 있을텐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비보를 접하고 전북부안에서 사고당일 밤열차를 타고 상경한 어머니 박씨는 함박웃음을 짓곤하던 딸의 모습이 금방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평소 "엄마,나 빨리 시집가고 싶어"라며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기위해 곧잘 장난도 치곤했던 귀염둥이 막내 은숙양. 동작구 상도동에서 오빠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해온 은숙양은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않고 묵묵히 직장생활을 해왔다. 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월20만원짜리 적금을 부을정도로 알뜰한 생활을 꾸려왔다고 한다. "딸이 근무하던 매장옆에 계단이 있는데 그 아래에 있으면 분명히 살아있을 것입니다"며 슬픔에 말을 잇지못하는 박씨는 오늘도 딸이 구출되기를 기도하며 사고현장주변을 떠나지 못하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