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캠페인 상반기 결산] 화합선언 '봇물'..2천사이상

"노사 새지평을 열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올해초부터 펼쳐온 한국경제신문노사협력캠페인이 산업현장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어나가고있다. 상반기 2천개가 넘는 사업장에서 터져나온 노사화합선언은 계속 확산되고있다. 노사화합선언은 전기 전자 조선 섬유 철강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운수업건설업 사회서비스업 금융.보험업등 전업종을 망라하고있다. 특히 4월26일 동부그룹산하 9개 계열사의 "동부한가족 한마음 결의대회"를필두로 대형화되기 시작한 노사화합행사는 6월2일 업종별로는 최초로 섬유업계가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가짐으로써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다. 급기야 6월15일 전주에서 1백60여개업체가 참여한 전북도단위의 대규모노사화합행사가 열려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지난3월말 노.경총의 산업평화공동선언에 이은 "산업평화정착 추진협의회"와 노사협력업체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캠페인의취지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경총은 5월부터 캠페인후원기관으로 나서 정보교류와 함께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적극 나서고있다. 노총의 박종근위원장은 "무한경쟁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노사협력외에대안이 없다"며 "협력적 풍토조성을 위해 노.사.정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7년이후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악성 분규로 상호갈등과 반목의 골이깊게 패인 것이 사실이다. 분규의 회오리가 지날때마다 엄청난 금액의 매출손실이 발생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국민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형분규를 불안과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곤했다. 이런 배경에서 노사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제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노사,새지평을 열자"라는 슬로건은 그 일환으로 볼수 있다. 진임 노동부장관은 이와관련,"현시점은 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새출발을 모색해야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협력분위기 메이커로서 캠페인의 역할이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도 조용한 가운데 "뭔가 달라져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경제조합주의"를 내세운 현대자동차노조가 노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끈 것도 변화의 조짐들이다. 올상반기에 봇물처럼 터져나온 노사화합행사들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결실이다. 캠페인은 이처럼 다양한 변화의 "물길"을 확실한 "물꼬"로 트기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그 양상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병행해나갔다. 한국노동교육원 노사협력센터는 "대립에서 공존으로"라는 주제로 20회에걸쳐 연재된 기획시리즈물을 소책자로 묶어 전국사업장에 2천5백부를 배포했다. 홍종달 노동교육원장은 "현장의 협력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전국 단위사업장으로부터 연재물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밀려들었다. 이처럼 반응이 좋을줄은 미처예상치못했다"고 말한다. 또 4월중순부터 캠페인 로고와 마크가 새겨진 스티커 14만5천장과 포스터3만9천장이 전국1백인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뿌려졌다. 서울시내버스 7천5백대와 회사택시 1만5천대는 스티커를 부착,시민들에게 캠페인을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고있다. 수도권 지하철 2백30개역에도 포스터와 표어가 나붙었다. 김진호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캠페인의 취지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다짐했다. 5월초에는 "노사는 한가족 손잡고 세계로"의 문구가 새겨진 우편엽서60만장이 전국 6대도시에서 발매됐다. 이와함께 노사협력기금조성을 위해 4월12일부터 평화은행과 한일은행에서 판매되고있는 "노사협력 공익신탁"은 지금까지 무려 1만4천8백26계좌에 1천2백30억여원의 수탁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협력캠페인은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노사관계를 보다 한차원높은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협력의 새지평을 열기까지는 아직도 수많은 난관과 고비를 거쳐야한다. 분규경험은 많아도 "협력"의 역사는 아직도 일천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협력기법을 발굴,현장에 보급해달라는요청이 부쩍 늘어나고있다. 협력을 하고싶어도 방법을 몰라 일반화된 기법을 필요로 하는 사업장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노동부와 노사협력센터는 하반기에 추경예산을 편성,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해 협력기법개발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전반적인 협력무드에도 불구,파업이 발생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도 별도의 방법으로 현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노동연구원의 이원덕박사는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원인분석과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파업-구속.해고-해고자복직문제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한경은 이에따라 앞으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 합리적인 새로운협력의 틀을 제시하는 작업을 캠페인의 주요과제로 삼아 95년이 "노사화합의원년"으로 기록될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할 작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