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산혁명] (12) 한국시그네틱스..교차기능팀 최후 해결사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국시그네틱스 반도체공장. 지난 2월 집적회로(IC) 조립장비에 갑자기 빨간 경고등이 켜지면서 라인이멈춘적이 있다. 조립중인 칩에 금(균열)이 간 것을 발견한 작업자가 라인을 스톱시킨 것. 작업자와 정비기사는 즉시 설비상태를 점검했으나 모두 정상이었다. 이 상황은 결국 현장 감독자에게 보고되고 그날 바로 교차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이란 테스크 포스에 넘어갔다. 현장관리기술자 정비감독자 설계관리기사 품질부서간부등 7명으로 구성된 CFT는 이날부터 원자재 부품 장비 설계등을 정밀 진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두달동안 마라톤 회의를 열며 씨름한 끝에 트림펌이란 조립장비의 재질에 문제가 있다는걸 발견해냈다. 그 날로 장비의 재질이 교체되고 문제가 발생했던 장비가 다시 가동됐다. 한국시그네틱스의 품질관리는 철두철미하다. 불량품이 발견된 장비는 스위치를 끄고 문제의 뿌리를 뽑은 다음에야 다시돌린다. "단 한개의 하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무결점주의 원칙때문이다. 이런 철칙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바로 CFT다. CFT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무결점(ZD)팀과는 차원이 다르다. ZD팀은 라인별 작업자들이 불량요인을 현장에서 개선하는 응급처방팀이랄 수 있다. 반면 CFT는 여러부서의 책임자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수술팀이다. 라인에서 해결못한 불량원인에 마지막으로 메스를 대는 해결사란 얘기다. CFT로 특징지워지는 이 회사의 품질관리 조직은 가히 전사적이다. 우선 맨위에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품질향상위원회(QIT)"가 있다. 품질에 대한 기본정책과 연도별 월별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최상위조직이다. 이 밑에 라인별로 70여개의 ZD팀이 활동하고 있고 그 뒤에 공정별로 5개의 CFT가 버티고 있다. 최고 경영자에서 현장사원까지 한명도 빠짐없이 소속된 이들 조직은 종횡으로 엮여 한국시그네틱스의 품질관리를 넘어선 품질경영(QM)의 틀을 이룬다. 말하자면 하드웨어인 셈이다. 이 하드웨어가 원활히 돌아가는데는 "한국적 품질경영 8단계"라는 소프트웨어가 숨어 있다. 필립 크로스비박사의 "품질향상 14단계 프로그램"을 이 회사의 이광원생산이사가 한국실정에 맞게 지난 91년 개량한 것이다. 품질관리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언약으로 시작해 관리층의 참여 정보수집(벤치마킹) 전략수립 방침실행 종업원 참여 목표치와 실적치의비교를 거쳐 고객만족으로 귀결되는 품질경영 8단계는 한국시그네틱스의 경영원리이기도 하다. "품질관리에 관한 체계적인 하드웨어와 독창적인 소프트웨어가 한국시그네틱스의 "무결점 원칙"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주수남생산관리이사). 반도체 부문으로는 국내 최초로 지난 91년 국제품질인증(ISO9001)을 따내고최근 미국전자산업협회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등 자동차 빅3사로부터 EIA599와 QS9000등 품질인증을 각각 획득한게 "행운"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시그네틱스는 품질경영을 선언했던 지난 82년 최종 출하제품의 불량률이 1%에 달했다. 물론 현재는 %로 나타낼수 없을 정도로 수치가 떨어졌다. 이 회사의 올해 목표는 불량률 20PPM. 10만개의 제품중 단 2개정도만 불량품을 내겠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생산설비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라인이 서버리는 일은 아예 없애 버리겠다는게 한국시그네틱스의 당찬 의지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