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신업진출] 전담반 본격가동 물밑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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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투신업진출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산업개편안이 공개되고 공청회를 거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노출되면서 대충 윤곽을 그릴수 있게됨에 따라 증권사들이 투신업진출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독출자허용이냐 컨소시엄형태제한이냐라는 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증권사들의 투신업진출준비도 아직은 물밑작업수준에 머물고 있다. 준비상황을 통해 증권사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를 볼때 대형증권사들은 기본적으로 단독출자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돈많은 모기업을 등에 업고 있는 일부 중형증권사들도 단독출자형태의 투신사신설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의 중소형증권사들은 컨소시엄형태를 희망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관철을 기대하고 있다. 컨소시엄형태를 밀어부치려는 정부의 내심을 읽고 대형증권사들에 편승,무임승차의 혜택을 누려보자는 속셈이 보이는 대목이다. 굳이 편가르기를 해보자면 단독투자를 고집하는 증권사수와 컨소시엄형태를 희망하는 증권사수가 대략 50대50으로 백중세를 이루고 있는 형세다. 그러나 학계등 제3자(정부관리제외)들의 의견을 가중시키고 단독출자든 컨소시엄형태든 상관치 않겠다는 증권사를 감안하면 대세는 일정한 자격요건만 엄격히 적용하고 증권사들이 원하는대로 허용하자는 쪽이다. 단독진출을 희망하는 증권사중에서는 산업자본의 증권산업지배를 우려하는 정부의 시각에 기대는 쪽도 있다. 정부가 일정한 선을 그어 10대 혹은 30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증권사들에 한해 컨소시엄진출만을 허용하고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는 단독진출을 허용,책임있는 경영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일부 증권사의 주장은 그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은 정부가 컨소시엄만을 허영할 경우를 대비,지배주주자격을 확보를 전제로 세력규합에 열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일각에서는 투신업진출을 계기로 일부 증권사간의 합종연형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나아갈 길을 일찍이 정한 대형증권사들은 투신업진출준비에서도 한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 동양(2월)동서 엘지 산업(3월) 쌍용등 대형증권사들은 연초부터 준비전담반( task force )을 가동시키고 있는 선두주자에 속한다. 동양 현대 한신등 일부 대형증권사들과 서울 고려 교보등 중형증권사들은 정부의 증권산업개편안이 공개된 이달부터 투신업준비반을 발족시켰다. 선경 제일 한진등은 마스터플랜만 마련해 두고 아직 전담반을 출범시키지는 않고 있으나 늦어도 8월부터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증권사투신업준비팀이 기획실안에 설치돼 있으나 대신증권은 양회문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고 교보증권은 사장직속으로 투신준비반을 두고 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대우등 다른 대형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한 배경(대기업집단)이라는 결점을 안고 있음에도 투신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주고 있다. 교보증권은 아직은 소형증권사이지만 교보생명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과시하면서 단독으로 투신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투신업을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전문펀드매니저를 확보하는 문제다. 대우증권은 자체 펀드매니저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사내에서 23명을 선발,이중 12명을 대상으로 일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과정에는 당연히 미국과 일본의 해외연수가 한달간 일정으로 포함돼 있다. 제일증권도 투신업준비의 일환으로 4명의 사내직원을 선발,미국과 일본연수를 통해 파생금융상품을 전담할 전문가로 교육시켜 두고 있다. 그밖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필요한 인재를 기존의 투신사는 물론 해외에서부터라도 스카웃할 방침이다. 엘지증권은 최근 투신사에서 펀드매니저 4명을 데려왔다. 교보증권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작년에 대한증권을 인수하면서 인원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투신사들로부터 상당한 인재를 확보한 덕택에 투신업무에는 이미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편이어서 뒤늦은 준비반구성에도 불구하고 느긋한 편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인력충원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정부계획대로라면 어차피 투신업이 판매와 운영이 분리될 것이고 그렇다면 증권사는 기존 영업망을 활용,판매를 전담하고 운영을 위해 인원도 40~50명정도면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또 다른 투신업준비는 펀드별 수익률등을 관리할 전산시스템의 개발이다. 대우 대신 동서등 대형증권사들은 일찍부터 단독출자를 목표로 20억~30억원씩을 투자,독자적인 전산망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같은 투자때문에 일부 증권사는 단독진출이 아니면 투신업을 포기하겠다는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치 않고 있을 정도다. 전체적인 증권사들의 발빠른 준비작업속에서도 여전히 느긋한 태도를 지키고 있는 증권사들도 있다. 동방페레그린의 경우 3백억원을 들여서라도 단독으로 투신업에 뛰어들겠다는원칙만을 정해두고 정부안이 확정될 때까지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미루고 있다. 선경도 투신사실무준비반을 8월말께 발족시키고 필요한 펀드매니저들은 하반기부터 내년초까지 직접 육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이처럼 여유를 보이고 있는데는 나름대로 계산한 증권산업개편일정에 근거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그리고 있는 일정은 이달말께 정부의 최종안이 마련되고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빨라야 내년4월에 가서야 시행에 들어갈 것이어서 아직 시간적인 여규가 많다는 판단이다. 또 업계의 로비여하에 따라서는 증권산업개편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상당히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없지않다. 어떻든 정부가 이달말께 어떤 모양의 증권산업개편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그동안의 준비작업을 궤도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칼자루를 쥔 정부의 위력를 새삼 실감케 하는 현실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