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삼풍참사, 이제부터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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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참사는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는 듯 서울지역 대형 백화점들이 21일 일제히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콘크리트 잔해가 치워진 붕괴사고 현장에 떠도는 허탈감과는 대조적으로 세일 첫날의 백화점가는 교통혼잡으로 몸살을 앓았다고 하니 삼풍의 악몽도 늘 그랬듯이 세인의 건망증속에 묻힐 날이 멀지 않은 듯 하다. 구조작업이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이제 60여구의 신원미상 시체의 주인을 찾는 작업이 가장 시급한 일이 되었다. 모든 인력과 기술을 동원해 시체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잔해 철거과정에서의 미숙한 처리로 실종자가족들이 난지도 쓰레기장을 뒤지는 모습은 붕괴현장 못잖게 너무나 처참하다. 얼마 안있어 소득이 2만달러가 되고 경제규모가 G7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껏 뽐내는 이 나라에서 사람 뼛조각을 찾아 쓰레기더미를 뒤지지 않으면 안되다니,실종자 가족이 아니더라도 새삼 분노에 떨지 않을수 없다. 100여명에 이르는 미확인 실종자를 가리는 어려운 작업 또한 시급한 일이다. 이 문제는 보상문제와도 직결돼 있어 완벽한 규명없이는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다. 2,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피해보상문제도 쉽게 풀릴 일이 아닌것 같다. 보상은 전적으로 삼풍측의 책임이지만 경영진이 구속된 마당에 삼풍측에 맡겨두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서울시는 국고에서 전액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난관리법에도 보상비 지원은 제외돼 있다며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정부가 사고를 낸 악덕 업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도와주는 일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선보상 후구상권청구" 등의 방법으로라도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에 인색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삼풍사고는 광복이후 6.25전쟁을 빼고는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형 사고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남긴 숙제 역시 크다. 우선 다중이용 시설과 아파트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집값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비협조로 안전점검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안전점검마저 부실화된다면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 다음 부실공사 예방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감리사나 관계 공무원들이 건축업자의 손에 놀아나게 해서는 백년하청이다. 전문감리사 책임감리제,준공전검사제 도입등을 적극 검토해볼 일이다. 또 사고가 터지면 즉시 가동할수 있는 범정부적 범국민적 구난체제의 상설화가 시급하다. 이번 삼풍사고에서도 당국이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인명피해를 줄이지 못했다. 대형 인재가 줄지어 터지는 "사고공화국"에서 구난체제마저 없다는 것은 더욱 한심한 일이다. 삼풍붕괴현장의 수습은 얼추 끝났지만 드러난 문제점의 해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비록 부실로 시작된 참사지만 끝마무리까지 부실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