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기고 : "절전문화 정착을"..이종훈 <한국전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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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통하여, 혹은 하루중에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을 우리는 흔히 "피크타임"이라고 하며 그때의 전력수요를 최대수요라고 한다. 80년까지만 해도 연중 "피크타임"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초저녁시간대에 몰려 있었으나 81년을 기점으로 연중 피크는 여름철 무더위가 극심한 낮시간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것은 냉방부하의 증가등으로 우리의 전력소비형태가 점차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수은주가 섭씨39도를 오르내리는 이상기온으로 인하여 최대전력수요는 2,670만kW에 이르렀으며 예비율이 2.8%까지 떨어져 전력수급상 큰 어려움을겪어야 했다. 한전은 계속되는 수요증가에 대비하여 그동안 영광원전 3호기와 태안화력,무주양수 복합화력등을 속속 준공해 올해 공급능력은 3,169만kW로 증가됐다. 올여름 최대수요는 평년기온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상전망과 호황기에 처한경제동향등을 감안할때 약 2,891만k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예비전력은 278만kW로서 최대수요대비 9.6%의 예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지난해보다는 훨씬 안정된 수요공급이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의 예상 예비율 9.6%도 적정예비율인 12.5%에는 미치지 못하는것이다. 따라서 공급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므로 지속적인 대책을 펴나가야할 것이다. 전기는 다른 상품처럼 저장할수가 없으며 수송 수단도 송전선을 이용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여름철 피크때에 송전하면 되고 부족한 전기를 외국으로부터 공수해와 쓸수도 있겠으나 전기의 특성상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전기의 특성과 지리적 여건하에서 전력수급의 안정을 도모하려면 우리는 공급과 수요 두가지 측면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공급측면에서는 정확한 수요예측의 기초위에서 장기전원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따른 공급설비의 확장과 성능 극대화가 시급하다. 수요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겨울철의 최저부하는 1,433만kW인데 비하여 여름철 최대부하는 2,670만kW로서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설비운영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여름 한철을 위해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어려움을 초래한다. 국민이 이러한 고충을 이해해 심야에는 값싼 전기의 사용을 늘리고 여름철낮시간에는 에어컨 등의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100만~200만kW의 부하가 억제돼 3조원 정도가 소요되는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절약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를 향한 재도약의 출발점에 서 있으며 국민생활의 향상과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도 전력사용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전은 이에 맞추어 장기전원개발계획을 추진중에 있으나 여기에는 막대한재원이 투입돼야 하며 그 대부분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 발전소를 세우고 송전탑을 건설하려면 크건 작건 환경보전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여기에 우리의 고충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원은 유한하며 환경 또한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쾌적한 삶과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면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가 절제와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조화와 균형을유지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이제 소비는 미덕이 아니며 개발은 행복의 조건이 아니다. 절제된 소비, 균형있는 개발만이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해 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