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하던 적자 "심각" .. '상반기 경상수지 동향' 분석

국제수지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상반기중 경상수지동향"은 설마설마하던 국제수지적자확대추세가 의외로 심각하다는걸 보여준다. 상반기중 경상수지적자 57억9천만달러는 분기기준 사상최대규모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경상수지적자는 88억달러에 달해 역시 연간최대규모(종전 91년 87억3천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게 한은의 추산이다. 이같이 경상수지적자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돈보다 외국에 지출한 돈이 많기 때문이다. 상품의 수출입에따른 무역수지적자는 물론 무역외수지적자도 해외운항경비와 대외이자지급등의 증가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반면 경상수지중 유일하게 흑자를 보이는 이전수지는 전년동기 2억1천만달러 흑자에서 지난 상반기에는 4천만달러흑자로 흑자폭이 감소됐다. 이에대해 한은의 분석은 사뭇 낙관적이다. "경사수지적자폭이 확대된 것은 상당부분 국내경기활황으로 인한 자본재수입의 급증에 따른것"(정웅진 한은조사2부장)이란 해석이다. 수출이나 생산증가를 목적으로 수입이 늘어나고 있어 그리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상반기중 자본재수입은 원동기 컴퓨터등의 기계류및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전년동기보다 41.9%나 증가했다. 원자재수입도 35.6% 증가하는등 수입증가율은 37.8%에 달했다. 수출이 세계경기호조및 엔화강세에 힘입어 중화학공업제품을 중심으로 전년동기보다 33.4%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재를 중심으로한 수입증가율에 못미쳐 무역수지적자규모가 확대된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반기 경상수지를 뜯어보면 몇가지 우려할만한 상황이 나타난다. 우선은 대미수입증가율이 47.4%로 대일수입증가율 37.4%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무역수지적자의 주범으론 대일무역적자가 꼽혀 왔다. 국내산업의 대일의존도가 높다보니 엔고로 인한 수출증가효과가 일본으로부터 부품수입증가로 상쇄돼 버리고 만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에는 항공기 사무용기기 옥수수등을 중심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1백45억달러에 달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1백62억달러에 근접했다. 물론 수입선다변화로 해석할수 있지만 보기에 따라선 수입구조가 만성화될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료및 소비재수입의 증가도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상반기중 소비재수입은 전년동기(49억5천만달러)보다 33.7% 증가한 66억1천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외제승용차수입은 1백96%나 늘었다. 가정용전자와 가구도 각각 41.5%와 50.7% 증가했다. 물론 식료및 소비재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비재수입의 급증은 과소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경상수지개선에 악재로 작용할수 밖에 없다. 수입단가가 수출단가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반기중 수입단가는 11.4% 증가한 반면 수출단가는 7.4% 높아지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순상품교역조건도 전년동기보다 3.5%나 악화됐다. 같은 물량을 수출하고 수입하더라도 손해를 볼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것이다. 한은은 하반기엔 경상수지적자 확대추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20일현재 수입면장(IL)발급증가율이 13.3%로 낮아진 것에서 알수 있듯이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주춤함에 따라 수입증가세가 줄어들고 엔고효과가본격화돼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러나 경상수지적자 확대추세를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모처럼 맞은 경기활황세에 찬물을 끼얹는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