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위험수위 보인 경상수지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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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지 동향이 아무래도 걱정스럽다. 경기가 양극화 논란속에서도 그런대로 괜찮은 상황이고 물가 역시 불안요인은 늘 안고 있어도 지수상으로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독 경상수지만은 사상 최대규모의 적자행진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올 상반기 경상수지 동향에서 보이는 우려할 내용은 크게 다음 3가지다. 첫째는 적자 규모가 반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라는 점이다. 게다가 57억9,000만달러의 적자는 91년을 빼고는 과거에 기록했던 연간 적자를 모조리 능가하는 규모다. 둘째 경상적자 팽창의 주된 요인인 무역수지에서는 자본재 원자재 소비재 수입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골고루 급증세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확대에는 단순히 경기호황을 반영한 설비투자 증가 때문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 숨어 있는 인상이다. 셋째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입이 특히 급증하고 있다. 상반기중 대미.일.EU(유럽연합)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도합 153억3,000만달러로서 이 기간중의 총무역적자 68억5,000만달러의 두배 이상이었다. 특히 대미.EU 의 적자가 각각 36억달러와 35억달러로서 전부 합쳐 대일적자(82억달러)에 육박한 것은 주목할 현상이다. 우리 무역에서 선진국적자 개도국흑자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증거다. 경상수지 적자확대,특히 대선진국 무역수지 적자확대는 한마디로 우리 시장이 그만큼 개방된 결과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대책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냥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관심을 갖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문제의식을 바르게 갖는게 중요하다. 하반기에는 나아지겠거니 하는 희망적 관측에만 사로잡혀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 경상수지 동향은 연초부터 줄곧 불안스런 조짐을 보여왔다. 그때마다 당국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지금도 그런 인상이다. 수입이 차츰 둔화되고 수출은 엔고효과가 나타나 늘어날거라는 식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를 더욱 유력시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많다. 우선 최근들어 수입면장발급 증가율이 주춤해졌다고 하나 상반기중의 그것은 46.1%로서 수출신용장 내도액 증가율의 2배 이상이었다. 그 여파는 하반기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또 걸핏하면 엔고를 들먹이지만 엔 시세는 지금 달러당 90엔대에 육박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엄청난 수지적자속에 우리 원화만 공연히 야금야금 절상을 계속하고 있다. 무역수지에 관한한 정부당국도 이미 올 한해 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 다만 경상수지 적자는 88억달러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는데 빗나갈 확률이 높다. 경기동향이 중요한 변수가 되겠고 또 자본재산업 육성과 같은 중장기 대책을 제외한다면 단기 대책으로 생각할수 있는 것은 원화절상의 속도 조절이다. 늦기전에 미리 손을 쓰는게 현명하다. 상반기의 기록적 적자는 지금이 곧 손을 써야 할 때라는 신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