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홍성복 <동방불교대학 교수> .. '반야청년회'

이화여대 후문 세브란스병원 뒷편에는 아직도 푸른 숲이 남아 있는 산자락이 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옛 정취가 전해지는 산마루에 천년 고찰 "봉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봉원사에는 오염되지 않은 샘터가 있어서, 매일 천여명의 시민이 약수로서 떠간다. 어린시절을 이 봉원사 경내및 숲에서 보낸 청년들이 옛 정이 그리워 지난90년 다시 모여 동호인들이 되었다. 장소는 역시 봉원사로 하고,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풀고 불교공부도 한다. 필자는 불교계에 근무하는 탓에 봉원사와 인연이 깊었고, 청년회원들을 지도하는 법사(법사)로서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벌써 6년째가 되는데 이 반약청년회를 엮는 끈은 동심과 불심이라 하겠다. 사실 현대인들은 격심한 생존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대량정보를 나름대로 소화해내야 하고, 온갖 사람들한테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가히 스트레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극심하다. 서로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만나니 충돌이 안 생길수가 없다. 그런 세상에 어린시절의 친구를 만나는 일은 무더위속의 청량음료를 대함과 같다. 하물며 면면히 천진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하겠다. 주변에서 우리 모임에 대하여 말하길 "요즘 사람들 같지 않다"고들 한다. 청년층이니 보수적이진 않지만 한국적 심성을 지니고 있는 탓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달에 한번쯤은 산사(산사)를 찾아 조상의 숨결을 느껴보고 불교의반야(지혜)사상을 체험키 위하여 밤새워 참선. 기도 등을 한다. "왜 사느냐?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그 진리를 찾는 자세가 서로를 더욱 믿음직한 친구로 만든다.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어 요즘은 "금강경"을 공부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주거지가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토요일 오후면 발길이봉원사로 향한다. 회원으로는 아직도 절 밑에 사는 일명 왕언니 박영란(주부), 이상호(제본소근무), 조두환(민자당사무실근무), 문경여(눈높이 교사), 송근석(토웅건설근무), 강동훈(현대증권근무), 김승화(불자가수), 손종호(서울시립상계직업전문학교 교사)등 40여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