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공기업 민영화의 추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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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은 지난 7일 통산부에 제출한 "한국중공업의 민영화방안"에 관한 용역보고서에서 주식공개를 통해 소유분산을 시킨뒤 경영권장악에 필요한 만큼의 지분을 공개입찰해 주인있는 기업으로 민영화시킬 것을 주장했다. 최근 민영화가 거론되고있는 한국통신 포철 가스공사등도 기업규모가 크고 관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국민경제에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과 공통점이 많다. 우리는 어차피 이들 거대 공기업이 민영화될 바에는 산업연구원의 주장대로 특정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들 공기업의 민영화가 주장된 배경은 방만한 경영,낮은 생산성,뿌리깊은 인사비리,출고조작및 가격담합 등을 척결하여 국민경제의 질적도약을 꾀하자는데 있는데 그러자면 지배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행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는 지배주주가 없어도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훌륭하게 경영할수는 있다. 그러나 공기업으로 있는한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의 입김을 피할수 없는것이 우리경제의 현실이다. 이처럼 민영화의 당위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반대의견이 적지않으며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까닭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들 공기업이 하나같이 통신 에너지 철강등을 독점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들 공기업을 인수하는 민간기업은 "재벌"이라 불리는 대규모 기업집단이기 쉬운데 이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력집중이 더욱 심화될수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반대이유는 비록 국가기간산업이라도 적정한 규제와 시장경쟁이 있다면 민간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할수 있다는 선진국의 경험및 공공경제이론에 비추어 볼때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두번째 반대논리는 6공때 한중의 민영화가 추진됐다가 무산됐을 때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문제가 공기업 민영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데에는 정부책임이 크다. 비록 경제개발이 추진되던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때문에 어쩔수 없었다해도 지금까지 계속 이들 공기업이 관련시장을 독점한 결과 거대한 공룡으로 커져 정책선택의 여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제철소건설이건,발전설비 납품이건 지금 우리경제의 규모는 자연독점이 정당화될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났다. 더구나 국내시장개방이 불가피해져 어차피 외국기업들과 경쟁해야할 처지다. 따라서 민영화뒤에도 원자력발전설비는 계속 한중에 일원화해야 한다는 산업연구원의 견해는 시대착오적이다. 현실적으로 경제력 집중때문에 지금 당장 민영화가 어렵다면 당분간 공기업 형태를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민영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국내 민간기업들과 경쟁을 시켜 경영효율을 높이는 한편 해당산업및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 공기업의 민영화도 순조롭게 이뤄질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