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쓰레기전쟁 부른 지역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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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중에 터진 수도권 "쓰레기전쟁"은 6.27지방선거에 따른 민선자치시대의 개막이후 첫번째로 발생한 지역이기주의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경기도 군포시가 산본쓰레기소각장 건설을 중단하자 수도권지역의 쓰레기를 받고 있는 김포쓰레기매립지주변 주민들이 군포시 전역의 쓰레기반입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김포매립지대책위측은 "자기 땅에는 소각장을 짓지 않고 타지역에 갖다 버리겠다는 지역이기주의는 용납할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대해 군포시측은 "산본소각장반대" 자체가 신임시장의 선거공약인데다 이전부지까지 발표한 상태라 별 대책없이 쓰레기를 후미진 도로등지에 쌓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의 경위야 어쨌든 군포시 전체가 무더위속에 썩어가는 쓰레기를 그냥 방치할수 밖에 없는 상황은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에 빚어질 지역이기주의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필요성은 인정해도 내 마당엔 안된다"는 소위 님비( 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은 지방분권화이후 더욱 기승을 부려 쓰레기 분뇨 하수처리장 화장장 정신병원등 이른바 "혐오시설"은 물론 발전소 공업단지등 산업시설에까지도 설 땅을 주지 않고있다. 최근에는 행정당국과 주민간의 마찰뿐만 아니라 이번 쓰레기 싸움에서 보듯 지역대 지역간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자제는 본격화됐지만 그 앞날은 첩첩험로라는 느낌이 든다. 지자제하에서 주민들이 지역발전과 쾌적한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을 나무랄수는 없다. 하지만 내것만 중요하지남이야 알바 아니라는 식의 생각들이 자칫하면 지역간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 분쟁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그냥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지방행정은 인간사회생활의 공간적 확대에 따라 자기관할구역을 넘어 광역화 전국화 국제화되어가는 특징을 지닌다. 때문에 오늘의 세계를 글로벌 리저널리즘( Global Regionalism )의 시대라고들 한다. 지역주의와 지방화를 추구하면서도 분열이 아니라 강력한 통합을 지향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번 쓰레기전쟁이 지역간 싸움이라고 해서 중앙행정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익집단간의 갈등을 제때에 조정하지 못할 경우 우세집단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을 배타적으로 지배해 다원적 의사결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번 쓰레기싸움과 같은 갈등은 전국 어느곳에서든지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고 볼때 이익집단의 반공익적 행위를 규제할수 있는 "이익집단 관리법"의 제정을 검토해봄직하다. 반면에 정책입안과정에서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목소리를 수렴할수 있는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데는 지역주민들이 좀더 넓은 시각으로 국가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자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풀뿌리민주주의란 "스스로 자각한 주민"을 기본전제로 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