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책] '누드화가 있는 풍경 1.2.3' .. 30대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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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은저 자유지성사간 각권 6천원) 90년 계간 "현대소설"로 등단한 저자의 두번째 장편소설. 과거에 묶여 잿빛 삶을 사는 재현과 과거를 잊고 순간순간 현재만을 살고자 하는 형욱. 현대사의 격동기 80년대를 지켜온 역사의 주역이면서도 정서의 한가운데에는 절망과 체념을 간직한 30대의 자화상이다. 서른을 넘긴 재현은 유부남인 변호사 남규와 사랑에 빠진다. 엄격한 규율을 어긴 적이 없는 남규는 차디찬 기억의 편린만을 남긴채 떠난다.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누드화를 그리는 그녀에게 다가온형욱. 그도 역시 아픈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계속된 만남속에서 서로의 고독과 상처로 방황하던 재현과 형욱은 결국과거의 시간에 묶여 잃어버렸던 것을 찾아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작가는 재현의 누드화그리기를 정신적 시간감각을 상실해버린 30대가 정상적인 시간감각을 회복하고 새 세계를 잉태하는 출발점으로 그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