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30대그룹회장 회동] 무슨 얘기 오갔나
입력
수정
김영삼대통령이 30대그룹총수들과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지난 93년7월,94년1월이래 이번이 세번째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대기업총수들과 허심탄회하게 중소기업지원문제를 중점 논의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이날 오찬회동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배석했던 윤여준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식사를 시작하기전에 김대통령이 웃옷을 벗자고 제의하면서 "나보고 딱딱하다고 그러는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하자"며 분위기를 잡았다는 것. 김대통령은 식사후 김상하대한상의회장에게 "대식가이신데 비빔냉면으로양이 차셨냐"고 묻자 김회장이 "양이 적었다"고 응답,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고. 12시부터 30분간 식사를 마친후 김대통령은 40분간 지난 7월중 방미성과를설명하고 1시10분부터 1시간동안 중소기업지원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다음은 대화의 요지이다. 김대통령=대통령에 취임하면서 5년간 돈 안받겠다고 얘기했었다. 그동안 여러분들애게 돈을 요구한 일도 없고 돈 준 사람도 없다. 앞으로도 그약속은 지킬 것이다. 고질적인 한국병인 부정부패를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기업은 앞서 나가고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게 좋겠다. 규제완화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적극 챙기겠다. 대기업이 우리경제의 견인차라면 중소기업은 뿌리에 해당된다. 문민정부출범후 대기업의 순이익은 3배나 늘었다. 이제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일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야 된다. 금년 경제성장은 9%, 물가는 5%로 예상된다. 법을 안지키는 불법노동행위는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 남북문제는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갖고 대처하겠다. 최종현 전경련회장=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히면서 성장한다는 비판을듣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문민정부출범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경제를 이끌어 간다면 중소기업은 내실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있다. 중소기업들이 자본 기술 시장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영이나 연구기능등에서도 어려워 대기업이 도와주고 있다. 전경련내에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도와준는 기구가 설치돼 있다. 중소기업의 발전없이는 대기업의 발전도 없다는 동반자적 인식아래 중소기업을 도와주겠다. 2천년대에는 중소기업들의 튼튼한 시대가 올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중소기업이 1백50만개가 되는데 대기업의 계열화중소기업은 어려움이 별로 없다. 비계열중소기업이 어렵다. 특히 경공업, 노동집약적 기업이 문제다. 중소기업에 자금만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기술부족, 연구개발, 시장상실등이 문제다. 중국의 값싼 제품이 들어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영세기업들의 경우 불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 불만이 많다.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한다. 정세영 현대그룹회장=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난이다. 계열화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지원하는데 반해 비게열중소기업은 고통이 크다. 정부가 금융조달방법을 연구했으면 좋겠다. 연 20-25%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데 금리는 둘째치고 자금접근이 어렵다. 연 15%를 넘지 않는 싼 자금의 공급이 필요하다. 구본무 LG그룹회장=여수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해 죄송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으로 같이 발전해야 한다. 회장취임후 모든 중소기업에 공정하고 투명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가업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기업이 경영,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여기 계신 30대그룹은 평소 중소기업을 많이 도와준다. 조금 작은 규모의 대기업이 문제다. 대기업의 임금상승으로 고임금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대기업도 정부에 지원요청을 많이 하는데 대기업이 홀로서기를 해주고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계에서 5백억원규모의 팩토링회사를 설립하는데 대기업에서 3백억원을 지원해달라. 또 지방신용보증조합, 물류센터를 설립하는데 대기업이 지원해달라. 정부는 고금리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공익성자금을 제1금융권으로 돌려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해달라. 김대통령=경제가 개방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중소기업이 어렵다. 정부와 대기업이 도와주지 않으면 경제발전은 물론 선진국에의 진입도 어렵다. 대기업은 국가미래를 위하고 자기자신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