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년] 통일전망과 과제 : 기고 .. 이창재 <KIEP>

이창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개의 동심원을 그리면 가장 큰 원이 세계이고 그 다음이 아.태지역, 그리고 가장 작은 원이 동북아가 될 것이다. 남.북한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극동지역및 홍콩과 대만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은 오랫동안 주로 군사.안보적 차원에서만 그 중요성이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경제실익이 이념보다 우선시되고 있으며 또한 범세계화와 함께 경제지역주의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추이로 부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동북아지역은 경제협력의 장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와같은 국제정치적 변화와 세계경제의 새로운 추이속에서 동북아지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동북아경제의 역동성과 그 규모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동북아경제는 앞으로도 빠른 성장을 지속하여 세계경제및 교역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DRI는 90년에 동북아경제가 경제규모및 교역량에 있어서 세계경제 및 교역량의 19.4%및 21.0%를 차지하였으나 2005년에는 그 비중이 각각 29.3%및 31.8%로 증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에 이와같이 긍정적인 요소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아니다. 아직 북한이 국제사회와 거의 단절된 상태에 있고 러.일간의 북방 도서문제, 중.러간 국경문제및 중국과 대만관계등 정치적 마찰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들 정치현안이 악화될 경우 또 다시 동북아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모든 동북아국가들은 경제교류 확대에 관한 모든 긍정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아울러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를위해서는 몇가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하겠다. 첫째 지금까지는 동북아 지역의 정치.군사적 대립상태가 동북아 지역내 경제협력의 증대에 장애요인으로 여겨져 왔으나 앞으로는 동북아지역내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지역내 정치.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요구된다. 둘째 동북아지역내 정치.군사적 여건때문에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중앙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행하여 왔으나 향후 동북아 경제협력의 주체는 기업이어야하며 지방정부도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동북아 경제권이 함축하는 의미와 세계적 경제지역주의추세때문에 동북아 경제협력을 배타적인 경제통합논리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나 동북아 경제협력은 경제협력의 장을 제공하고 미국을 비롯한 관심있는 모든 역외국과 함께 가장 역동적인 경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유럽 북미나 동남아 지역에 비해 역내 경제협력 수준이 크게 뒤져있는 동북아 지역내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방면에서의 노력을 총칭하는 개방적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은 우리나라에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북아경제협력은 시장 및 자원과 기술의 공급원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을 뿐 아니라 분단된 남북한간 관계를 개선시키고 나아가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보인다. 동북아경제협력의 활성화는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수 있을 것이며 한반도 통일에 필요한 주변여건의 조성에도 기여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그리고 경제발전도및 경제규모면에서 동북아에서 중간자적 입장에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패권주의를 추구한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기 때문에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보다 선도적인역할을 담당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무대는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그중에서도 동북아 지역은 핵심지역의 하나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리고 통일된 한국은 동북아에서 중심적 위상을 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실현은 우리경제가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의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한국경제가 세계무대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동북아라는 가장 가까운 마당에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