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지옥과 천국 .. 이환균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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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지옥인가 천국인가. 재물에 눈이 어두워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공부 열심히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충고하는 말이 듣기 싫어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는가 하면,사는것 자체가 괴로움이라고 아들딸을 죽여 암매장하는 비정한 어른들의모습을 보느라면 천국같은 세상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기억조차 하기 싫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극한상황에서도 부인을보호하기 위하여 부인을 꼭 껴안고 떨어져 자신은 중상을 입고 부인은 가벼운 상처만 입고 살아난 정겨운 부부애의 미담과 아이만은 상처하나내지 않고 살려야겠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아들 손자를 품속에 꼭 껴안고 숨진 그 어머니 할머니의 애정어린 모습은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러한 상반된 두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어느쪽인지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여기 우화 한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이 갑자기 죽어 저승길을 가게되었다. 그런데 저승사자로부터 "당신은 지금 저승에 올때가 아니니 다시 이승으로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문밖을 나와보니 저승에 관한 전시장이 있어 지옥관과 천국관에 들어가 보았다. 두곳 모두 아늑하게 단장된 방안에 밥상이 놓여있고 그위에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으며 사람들의 오른손에는 1m가 넘는 수저가 묶여져 있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속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깨달았다. 지옥사람들은 자기만 먹으려고 욕심을 부리니 긴 수저를 자기입에 넣을수 없어 굶주리게 되어 뼈와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서로 아귀다툼을 하고 있는반면 천국사람들은 긴 수저로 음식을 떠서 옆사람에게 서로 먹여주니 건강한모습으로 웃으면서 서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 우화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천국같은 세상을 만들수있을지 배우게 된다. 자기 먹기에만 바쁘고 이웃이 굶주리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만 모여살게 되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되고 이웃을 내 가족같이 먼저 생각하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면 이 세상은 천국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웃을 내 가족같이 생각하는 미덕을 길러 천국같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