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서울시의 사장공채

일찌기 조선조후기의 실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이 집필해 놓은 목민심서에는 용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한 대목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사람을 쓰기에 달려 있다. 군과 현도 작은 고을이지만 사람을 쓴다는 점에서는 그와 다를 것이 없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것이 인위의 요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실천하기란 용이한 말이다. 더구나 문벌과 파벌, 혈연과 지연, 권력과 금력에 지배되는 신분사회일때에는 인재의 적재적소등용이란 어려운 일일수밖에 없다. 다산이 용인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도 그러한 사회적 배경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 있다. 오늘날처럼 등용에 신분의 제약이 철폐된 민주주의사회가 이룩된 마당인데도 기회균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허다히 보게 된다. 아무리 공개채용과정을 거쳐 똑같이 인재로 발탁되었더라도 직위가 올라갈수록 혈연과 지연, 학별과 파별등의 배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는게 현실이다. 능력과 사실에 따라 인재가 적재적소에 쓰여지지 못할때 나라나 사회의발전은 결코 기대할수 없다. 복지부동의 자세로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고 줄대기에만 몰두하는 분위기에서 어느 누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진취적인 성취를 하려고 노력하겠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병폐가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근년들어 인재발탁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의 전문경영인 사장을 비롯, 정부출연기관의 장, 대학총장을 공개채용한 일이다. 대웅제약을 비롯 동신제약, 거평그룹의 대한중석, 광주과학기술원,포항공대가 앞장을 섰다. 지방화시대를 자치단체들로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널리 구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경남도는 정부부지사를 다른 시도들과는 달리 공개모집과 시험을 거쳐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채용한것이 두두러진 초유의 사례다. 특히 눈길을 끄는것은 서울시의 농수산물 도매시장관리공사 사장 공개채용이다. 그동안 고위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구제처나 다름 없었던 공사에 유능하고 창의력 있는 전문인을 채용하여 일반기업처럼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의도다. 조순 서울시장이 5.27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시부채 4조4,000억원을 줄여 나가겠다는 공약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기에 앞서 지방자치체의 전문인재시대를 다져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