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김영삼정권의 임기 절반의 뜻

오늘이 김영삼 정부의 임기 5년을 전후로 양분하는 중간 시점이다. 절반 남은 술잔을 "절반이나 남았다"와 "절반밖에 안 남았다"로 달리보듯 김대통령 임기후반에 대한 시각 또한 그렇다. 한마디로 잔임 기간을 긍정적 자세로 계속 분발한다면 전반의 업적만큼을 후반에도 이룰 것이고,반대로 방어적 소극자세로 나아가면 용두사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막연히는 그 성패에 여러 변수가 있는것 같이 보여도 짐짓 열쇠는 대통령 자신과 정부 여당에 쥐어져 있다. 관료, 야권을 망라한 광의의 정치권이 큰 변수이고 국민의 호응 또한 대단히 중요함은 물론이나 능동.수동의 입장이 다르다. 2년반이란 길지 않은 기간을 감안하면 지난 어떤 정권에 비겨도 전반기의 업적이 적다고 할수 없음에도 국민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은 문민정부 대통령에 건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임을 접어 줘야 공평할지 모른다. 몇 대표적 업적만 꼽자.가령 하나회 해체등 군사지배의 잔영정리,금융실명.재산등록제등 개혁조치,돈 안드는 선거의 오랜 숙원을 여당 출혈을 감수하고 구현한 사실은 말이 쉽지 뼈깎는 각오와 과단 없이는 흉내내기 조차 힘든 업적임을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양지에는 그늘이 따르는 법,우선 피해 그룹의 뿌리 깊은 반발과 그에 동반되는 그림자는 앞으로도 길게 드리울 것이다. 하지만 그 불가피성은 널리 인정받는다. 오히려 대소의 문제는 개혁주체의 마음가짐에서 파생된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범하기 쉬운 과오는 사명감과 보복의 혼동이라는 오해의 가능성에 있다. 개혁주체가 오랜 피압의 경험을 가진 경우,과거 양지세력을 몽땅 부정시하는 결벽에 빠지기 쉽다. 이때 개혁이 안는 일차 부담은 부패오염의 철저한 자계다. 그런 쪽으로 성공을 거두더라도 다음에 오만이라는 비난이 온다. 이와 관련,통치 스타일에 대해 기대했던 민주형.협의형이 아니라 독주형이라는 일부의 지적은 이제 귀담아 들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 비록 출범때의 기대엔 못 미쳐도 김정부 전반의 실적에 후한 점수를 주자는 동의에 찬성하면서도 지금이 답변의 적기가 아니라는점을 우리는 강조코자 한다. 그 답은 오늘 개시되는 후반 30개월이 마감될 때 가서야 비로소 나올대답인 것이다. 무엇보다 김정부 업적의 특징인 개혁은 전반기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드러난 장단을 냉철히 분별하여 만일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시정 보완됨이 마땅하다. 잘된 점을 불만에 밀려 양보해도 안되지만 잘못된 점을 오기로 밀어 붙이기만 해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경험부족의 양해를 구할수 없는 시간 촉박한 후반에 들수록 서두르지 말고 만사에 차분하기 바란다. 차기의 개방적 준비에서 안전과 내실이 긴요한 온갖 국내문제, 넓고 긴 시각을 요하는 대북.국제 문제에 이르기 까지 주변을 깜짝 놀래주기보다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국민은 더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