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핵융합연구, 산업기술부문 연관효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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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지난 7월23일 김영삼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미 한국인 과학기술자 2백여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최근 설치된 "방사광가속기"와 "프라즈마 연구장치"를 토대로 꿈의 에너지로 불리고 있는 핵융합기술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임을 천명한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01년까지 1천2백억을 투입해 중간진입전략차원에서 초전도 토카막 장치를 개발하고 미.일.유럽.러시아의 공동연구개발사업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핵융합은 중소수와 삼중수소의 핵들이 강제로 합쳐 헬륨등 무거운 원소로 바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질량결손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핵분열 때보다 3~4배 정도의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태양은 이러한 핵융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대표적 예다. 핵융합에너지는 흔히 "21세기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핵융합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며 방사능 누출의 위험도 없다. 또한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에도 무진장 들어있어 웬만한 수영장물에 함유된 중수소만으로도 우리나라 1년분의 전기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핵융합을 위해서는 태양내부의 온도와 맞먹는 1억도이상의 초고온.초고압의 플라즈마 상태를 실현시켜야 하고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 기술적인 난관이다. 91년 처음으로 유럽연합에서 1.7MW전력을 얻는데 성공하고 93년에 미국 프린스톤연구소에서 10MW의 전력을 얻는데 성공했으나 아직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핵융합 비판론자들의 주장도 이러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있다. 과학기술의 사회화 과정을 과학적 가능성,기술적 타당성,경제적 채산성 측면에서 볼때 핵융합은 현재 과학적 가능성을 넘어 기술적 타당성 입증단계에 있다고 할수있다. 이와같이 핵융합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미래에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분야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엔트로피"에서 원전은 건설비와 인건비의 지속적인 증가및 오염문제로 경제성 신화의 붕괴를 예측하면서 핵융합 실용화는 2025년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전하고 있으며,전문가들도 향후 30~40년이후에 실용화를 내다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핵융합연구개발은 우선 산업과 기술에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지대한 거대첨단기술분야다. 이는 근본적인 미래에너지의 확보책일뿐 아니라 선진국과 첨단기술에 대한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첨단 신기술인 거대 초전도 자석기술 대형 초진공기술 초고온 초고압 특수소재기술 대출력 고주파 가열기술등을 산업기술로 활용할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핵융합기술은 국제적으로 기술이전이 상당히 제한을 받는 핵분열 기술과 달리 지난58년 미.소간 합의아래 기술이전이 자유로운 특징을 갖고 있다. 향후 30년내 실용화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수수방관하면서 무임승차의 눈치만 볼것인가. 이제는 기초과학에서의 무임승차 시대는 끝나고 고입승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난 80년부터 서울대,원자려연구소및 기초과학연구소등에서 핵융합에 대한 기초적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러한 기존 연구개발자원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결집한다면 우리 실정에 적합한 정도의 핵융합 연구개발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히타치등 민간기업도 핵융합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고 특히 일본 경단련은 지난 7월 국제적으로 추진중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의 1998년 건설후보지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동 사업이 에너지문제 국제협력 첨단기술개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강조한바 있다.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논의된 핵융합연구개발계획(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민간의 참여도를 높이면서 국가계획으로 확정,추진해 나갈 예정인바 지금이야말로 기초과학계를 위시한 과학기술계의 폭넓은 지지와 인간적인 융합( Human Fusion )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