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필기시험 폐지이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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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선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인사파괴 혹은 인사혁명으로까지 불리는 변화의 바람은 대기업들이 금년 신입사원 채용때부터 필기시험을 폐지하기로 한것이다. 지난 29일 전경련 주관으로 열린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가 결의한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 대기업그룹 뿐아니라 범 경제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30대 그룹은 매년 적게는 수백명,많게는 수천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공개채용 한다. 올해에는 경기가 괜찮았던 데다 많은 그룹이 공격적 경영과 정보통신분야 등으로의 경영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채용인원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취업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더 클것 같다. 필기시험 폐지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일단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수 있다. 우선은 대학교육과 관련해서이다. 5.31 교육개혁안이 발표된뒤 정부는 대학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사원공채때의 필기시험 폐지를 대기업들에 종용해왔다. 졸업을 6개월 혹은 1년 앞두고 취직시험 준비에 몰두하는 대학가의 왜곡된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현대그룹이 이를 즉각 수용한 것을 비롯 다른 그룹들도 하나둘 동조하고 너서 필기시험 폐지바람은 진작에 올 취업시즌때 폭넓게 확산될 예정이었다. 다음은 이런 변화는 기업의 입장에서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해야 한다. 바꿔 말해서 변화는 기업자체의 필요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입사시험의 경쟁률은 여전히 높은 현실이며 수천 수만명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치르는 일이 물리적으로 힘들어졌을 뿐아니라 비용과 효율면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기업경영환경이 변하면서 종래와 다른 자질의 인재가 요구됨에 따라 선발기준과 채용방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결국 대기업의 사원채용 관행이 장차에도 계속해서 변할 것임을 말해준다. 또 그것은 다시 말해 취업지망생들의 고통과 혼란이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되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취업지망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문제가 많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한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바이어스 마켓의 경향이 강하다. 선발시기를 불과 2~3개월 앞두고 일제히 필기시험 폐지를 선언한 것이나,한날 한시에 채용시험을 실시키로 한것 등은 모두 획일성과 자기편의 자기중심적 사원선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획일성은 편한 방법은 될지언정 개개 기업이나 그룹의 전통과 특성,전문성을 살려줄 인재발굴 방법으로는 적합지 않을 것이다. 대학입시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독자행동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뿐이다. 이밖에도 필기시험 폐지이후의 선발시험이 과연 만족할만한 변별력을 제공할 것이냐는 문제와 지방대학 출신자및 여성 지원자가 불리해질 우려,취업재수생문제등 극복해야할 문제는 많다. 문제를 풀어갈 힘은 일차적으로 기업에 있다. 또 사원채용 방법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될 일이지만 획일성을 탈피하고 지망자들의 기회와 저변은 최대한 확대해줘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