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95년 세법개정안의 문제점

세금은 본래 정치의 산물이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지켜주는 명분으로 걷는 돈이다. 또 이 납세를 매개로 피지배자가 지배자를 향한 목소리를 키워온게 민주주의의 진화과정이다. 재정경제원이 엊그제 발표한 "95년 세법개정안"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여러 갈래로 풀이되고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정치색이 짙은 점이다. 정치논리의 지배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높다. 그것은 6.27선거 결과에 대한 여당의 반성과 내년 봄의 총선때문이라고 보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세제개편이 되건 세법의 부분손질에 그치건 정치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세울인하와 부담경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점을 온갖 화려한 포장과 함께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세법개정때 이미 실현한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의 세율인하와 부담경감조치에 이어 200만 가까운 중소.영세 사업자를 겨냥한 부가세 부담경감과 납세편의 확대조치를 추가로 반영했는데 이 추가된 부분이 바로 여당이 준비한 정치적 선물이다. 정치적 입김이 짙게 밴 세법개정은 결국 여러가지 문제점을 수반한다. 첫째 세제를 왜곡시켜 후일의 개편.개선 부담을 더욱 무겁게 만들 것이다. 세제개혁 차원에서 부가세 과세특례자를 점차 축소하여 언젠가는 제도자체를 폐지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거꾸로 그 범위를 더욱 확대했기 때문이다. 둘째 세금을 많이 내렸다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할 때의 실망감이 초래할 문제가 걱정이다. 세법은 매년 예산안과 함께 거의 빠짐없이 손질되곤 한다. 그때마다 여러 갈래의 복잡하고 전문적인 설명이 뒤따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의 총체적 세부담이 결국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세 부담증가가 다른 세금의 인하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불어나는 재정수요를 매우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려 한다. 이미 공개된 내년도 예산안의 팽창된 규모가 국민의 세금부담이 더욱 무거워질 것임을 예고해준바 있다. 셋째는 투명성과 간편함의 문제다. 세제는 납세의무자가 이해하기 쉬워야하고 절차가 간편해야한다. 그런데도 개정안은 담배와 기름에 교육세를 첨가함으로써 각종 세금에 얹히는 농특세를 포함해서 정작 무슨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모를 상황으로 더욱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거의 모든 세금을 깎아주는 생색을 내면서 법인세율은 그대로 둬 기업의 불만을 사고있는데 이런 목적세가 그럴싸한 명분을 붙여 첨가되는 현실이 기업에도 큰 문제일 것이다. 끝으로 이번 손질로 직접세 대신 간접세비중이 더욱 무거워져 부담의 형평성제고와 소득분배기능갠선 측면에서 되레 후퇴할지 모를 위험이 염려된다. 이역시 교육세 확충에 수반되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해답은 결국 정치와 경제논리의 조화,지출절감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