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덤핑경쟁 '치열'..대형사중심 점유율 높이기 극심

손해보험업계에 덤핑경쟁이 가열되는등 보험모집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자존심 경쟁"으로까지 비쳐지는 삼성.현대 양대 손해보험사간이 치열한 유치경쟁이 그 극단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특히 8월부터 시행된 2단계에 이어 내년4월 3단계 보험가격자유화조치가 이루어지면 개인연금등 일부종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품에서 보험료가 각사별로 달라지게 돼 있다. 이에따라 벌써부터 "약육강식"에 의한 시장재편의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삼성.현대등 대형사간의 시장쟁탈전은 고객만족차원을넘어 "제살깎아 먹기"식 덤핑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는데 있다. 지난8월초 대전 엑스포시설에 대한 재산종합보험 인수를 둘러싼 삼성.현대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의 결과 보험료가 연 7억6천만원에서 7천8백만원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는 결과가 빚어졌다. 그동안 계약을 관리해온 삼성에 현대가 도전장을 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가 기존계약조건보다 엄청나게 싼 보험료율을 제시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에 바짝 긴장한 삼성은 과거 0.34%였던 요율을 정밀 검토하고 가장 싼 재보험요율을 구해 0.03%의 요율로 재계약하겠다고 나섰다. 현대가 낸 보험료율은 소문과는 달리 0.1%.전년도 계약의 3분의1수준이었다. 결국 엑스포시설에 대한 보험은 기존 삼성에 돌아갔다. 그러나 들어온 보험료는 작년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계약자측에선 지난해 보험료가 너무 높았던것 아니냐며 보험료 환불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번졌다는 얘기까지 둘리는 정도. 포항제철은 새로 입주한 강남사옥에 대한 화재보험계약을 맺기 위해 몇몇 손보사들로부터 입찰조건을 내도록 했다. 삼성 LG 동양등 경쟁에 나선 보험사는 연 2억원대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뒤늦게 이를 안 현대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1억원대의 파격적인 보험료를 제시했다. 현대가 포철 강남신사옥의 보험을 인수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대형손보사간의 보험인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중하위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화재 해상보험등 일반보험뿐만 아니다. 만성적자에 허덕인다는 자동차보험에서도 삼성화재등 일부대형사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는등 보험업계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가격은 과거 손해율등을 감안해서 정해지기 때문에 적정수준이라면 각사별로 큰 차이가 나지않는 것"이 정상지만 "자금력등이 뛰어난 대기업이 "가격파괴"라는 명분을 앞세워 보험료덤핑행위에 먼저 나서고있어 전체 보험모집질서가 자연히 무너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보험사 경우 국내에 점포가지지 않고도 자유롭게 보험을 인수할 수 있는 이른바 크로스보더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보험가격이 자유화되는 추세등에 비추어 국내 손보업계도 과거처럼 "협정요율"에 안주,사이좋게 계약을 나누어 갖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모든 보험사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룰"아래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 고객만족은 물론 보험업계도 내실있는 성장을 거둘수 있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라도 덤핑경쟁은 자제돼야 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