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너무도 판이한 두 박의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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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성을 가진 두 현역 국회의원의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과 행보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로 나란히 보도되어 눈길을 끈다. 한 사람은 기업인들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전국구 출신의 야당소속 박은태의원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내년봄의 15대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공식선언하고 나선 강원도횡성.원주 출신의 여당소속 박경수 2선 의원이다. 최근 며칠째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수사선상의 박의원은 국회 재경위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비리를 들춰내 협박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돈을 뜯어낸 것으로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밝히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그에게 뇌물죄가 아니라 공갈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그의 귀국에 앞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그는 공갈범이고 파렴치범이다. 국회의원 직분을 이용해 기업인을 협박,돈을 갈취해낸 저질 정치인이다. 과거 스스로 기업을 경영한 전력을 갖고 있기도한 그가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의정활동을 통해 기업이 잘되도록 밀어주는데 선용하는대신 거꾸로 사리와 사욕을 취하는 범죄행위에 악용한 셈이 된다. 검찰발표만을 믿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피해 기업이 한둘이 아닌데다 우리의 한심한 정치현실로 미루어 발표 내용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 같다. 다른 박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농민출신 의원으로서 줄곧 농림수산위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해오면서 농민의 권익대변에 노력해왔으나 현실의 장벽에 한계를 통감하고 끝내는 개탄스런 우리의 정치현실에 환멸을 느껴농부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밖에 또 다른 동기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그의 선언을 액면대로 이해하고 싶다. 지난날의 의정활동 모습에서 짐작할 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정치개혁과 선거혁명,돈 안드는 선거와 세대교체등 무수한 낱말들이 유행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현실은 본질적으로 과거와 달라진게 별로 없다. 내년봄의 총선거와 이듬해 12월의 대선을 겨냥한 이합집산과 개편바람이 벌써부터 세차게 일고 있다. 어제 공식 창당된 새정치국민회의도 그 일부이다. 정치가 이모양이고 보니 정치를 보는 국민의 눈이 고울리 없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누르고 경제정책을 이랬다 저랬다 하고보니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생길리 없다. 무국경.무한경쟁 시대의 국가경쟁력 강화에 우리의 정치는 되레 무거운 부담과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은 기를 쓰고 되려하고,해주길 바라는 사람은 정치판을 떠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두 현역 국회의원의 극단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 정치현실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면서 결국은 국민이 심판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