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고-엔저' 재현 .. "손익분기점 넘었다" 기업 울상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환율이 1백엔을 넘어섰다. 예상보다 발빠른 엔저는 우리경제에 교란요인으로 등장했다. 지난 5월 이후 엔고가 후퇴하면서 원화절상의 부정적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더군다나 무역수지적자는 8월말 현재 86억달러에 이르러 국제수지관리에 빨간불이 켜져있는 상황이다. 수출증가율보다 높게 수입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엔저가 지속될 경우 채산성을 맞춰 수출하는 기업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며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원화환율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과연 국내 환율은 앞으로 어떤 방향을 움직일까. 우선 국제시장의 동향은 당분간 달러환율이 1백엔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변동폭이 크지않은 가운데 달러가치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편이다. 앞으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요인은 사라졌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다시말해 달러환율이 1백엔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달러고-엔저"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국내외환시장에서도 "달러고-엔저"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수 있다. 국내 달러시세는 달러당 7백70원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환율이 7백70원대를 유지할 경우 정밀기계 섬유 자동차등의 업종은 채산을 맞추기 어렵다(산업연구원)는게 전문가들의 분석결과이다. 일반기계 전기전자의 경우는 7백50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한 어느 정도 채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국내기업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엔화환율이다. 일본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한 원화절하의 효과는 그만큼 반감될수 밖에 없다. 엔화의 절하폭이 커지는 경우엔 원화절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최근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때 1백엔당 9백원대를 넘어섰으나 12일 7백71원51전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지속할 경우 7백60원 이하로 떨어질수도 있다는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환율변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일단 낙관적이다. 현재의 엔저현상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달러환율이 1백엔대를 유지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엔화가 다시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엔화강세를 전망하는 근거는 이렇다. "일본의 경상흑자가 1천2백억달러를 유지하는한 엔화가 약세를 지속할수는 없다"(한성택 재정경제원 종합정책과장)는 것이다. 오히려 달러환율이 1백엔대를 유지할 경우 일본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올해 일본 경제가 0.4% 성장에 그쳤으나 엔저가 올 연말까지 지속되면 내년에는 성장률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엔화는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일본의 금융위기가 돌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연이어 파산위기에 몰려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될 경우 국제환율은 어떤 방향을 튀게 될지 전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