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이태봉 <투자금융경제연구소장> .. '한모임'

유학생활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그렇듯이 그 시절은 꿈과 좌절,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는 나날들이었다. 미국 텍사스의 자그마한 대학도시 "칼리지 스테이션"에서 각자의 인생역경은 달랐지만 한 무리의 유학도들은 그렇게 만났고 어우러져 생활하였다. 서로간의 어려움을 달래고,때로는 웅지를 나누다가 지난91년 가을에 하나의 모임이 탄생되었다. 우리가 조국을 떠나 이곳까지 와서 공부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각자 다른위치에 처하더라도 사회에 빚진 자의 마음으로 뜻하는 바가 하나될수 있도록일생을 통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모임의 명칭이 "한모임"으로 명명되었다. 당시에는 한달에 한번씩 모여서 주머니돈을 갹출하여 매월 1인당 20불씩모아 적은 돈이지만 그 절반을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순천지역 폐결핵 환자를 위한 구제기금으로 기부하였다. 때로 학업에 어려움을 당하거나 의욕이 저하되는 경우에도 서로 채찍질을하며 어려움을 넘겨 나가던 일이나, 한국학생 경제학회를 결정하여 세미나를열고 한국경제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문과 현실을 접목시켜 보고자애를 썼던 일도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아있다. 그후 필자와 모임의 최연장자인 심완보과장(농어촌진흥공사)등 일부 회원들이 귀국하기 시작하고 작년에는 몇몇 회원을 제외하고 거의가 귀국하게 되었다. 모임의 막내로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강승원서기관(충남도청국제통상협력실)을 비롯하여 남달리 정의감이 강한 홍순영연구위원(중소기업연구원)과 손연기교수, 모임의 총무로서 언제나 자기 희생을 아끼지 않는 조원권교수(중경산업대), 사회적 경제적 소외계층과 늘 함께 호흡하려 애쓰는 이승준연구위원(한국투자신탁),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멋지게 불러대는 이현철차장(코코마)등 직무와 생활터전은 다르지만 유학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이 사그러들지 않게 서로 격려하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강승원 조원권회원은 국제통상론 교과서를 공동집필하는 등 모임에서의 인연을 학술적으로도 승화시키기도 하였다. 귀국후 각자의 생활이 바쁘고 새로 접하게 된 환경에의 적응과정 등으로작년 한해는 모임이 부진하였었지만 금년에는 초기의 부진을 씻고 활발하게모임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임이 활성화될수 있었던 것은 부인들도 정회원으로 영입하여 부부 중심으로 교류를 하고 상호간의 자질구레한 생활의 이야기도 나누고아이들의 교육문제도 토론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점을 빼놓을수없을것이다. 우리 한모임은 이제 형제애와 가족애로 뭉쳐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되어 회원들뿐만아니라 그 존재가치가 우리가 속한 한국사회에도 도움이 될수있도록 노력하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