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91) 제6부 진가경도 죽고 임여해도 죽고 (53)

평아가 가져온 보옥의 통령보옥을 베개 밑에 넣어둔 뒤에야 희봉은비소로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희봉에게는 보옥의 그 구슬이 마치 영국부의 영화에 권세를 지켜주는부적처럼 여겨졌다. 진가경이 녕국부와 영국부의 몰락을 에언하고부터 희봉은 보옥의구슬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보옥이 일어나보니 목걸이가 없었다. 목걸이의 다른 장식들이야 아까울 것이 없지만 통령보옥이 없어졌다는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사실 통령보옥이 늘 부담이 되어 이걸 안차고 있으면 안되나 하는생각을 해오던 보옥이긴 하지만, 아버지 가정을 비롯하여 집안어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라 그걸 잃어버리는 날엔 온 집안,아니 가문 전체가 난리가 날 판이었다. 무섭게 꾸짖으며 매를 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자 보옥은 안절부절못하였다. "아니, 왜 그래? 무얼 잃어버렸어?" 진종이 부스스 일어나며 보옥의 얼굴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목걸이랑 구슬이 없어졌어. 진종이 너, 내가 어제 잘때 목걸이 차고있는 거 봤어 안 봤어?" "난 잘 모르겠어. 신경인 안 썼으니가" 진종이 멀뚱멀뚱 눈말 굴렸다. 보옥은 이제 주방에서 지능과 한바탕어우러질때 흘렸나 싶어 주방으로 달려가 보았으나 거기에도 보이지않았다. 주방에서 나오는 보옥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희봉이 보옥이 왜저리 허둥대는가를 알고 넌지시 미소를 지으며 보옥을 불렀다. "구슬은 여기 있어요. 누가 훔쳐가는 꿈을 꾸어서 내가 하룻밤보관하고 있었어요." 평아는 희봉 옆에서 간밤 일을 생각하고 얼구이 벌개져서 서 있었어. 보옥은 평아가 왜 저리 얼굴이 벌개지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난 또, 구슬을 잃어버린 줄 알고 어른에게 혼이 날 생각만 하고있었네" 보옥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희봉으로부터 목걸이와 통령보옥을 돌려받았다. "어른들에게 혼이 나는 곳이 문제가 아니라..." 한 가문의 흥망성쇠가 달린 문제라고 말을 할 참이었으나 희봉은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문제가 아니라 뭐예요?" 보옥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희봉의 다음 말을 캐물었다. "아, 구슬을 항상 잘 보관하시라구요. 하늘이 내려준 구슬이니까.어젯밤처럼 누가 가져가는데도 잠만 자지 말고" "그럼 밤마다 형수님에게 맡겨놓고 자야 되겠네" 보옥이 농담을 하며 피식 웃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