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부동산 투기우려의 조기차단

건설교통부는 지난 19일 재정경제원 내무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부동산 대책회의를 열고 토지거래가 잦은 투기혐의자를 조사하면, 유휴토지를 강제매수하는 내용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이처럼 발빠르게 투기단속 의지를 밝힌 까닭은 최근 부동산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투기심리를 미리 잠재우려는 의도로풀이된다. 난데없이 수도권 신도시개발설이 보도되어 투기심리를 부추긴 책임을 서둘러 벗고자한 탓도 있을 것이다. 사실 올해 4/4분기부터 내후년까지는 어느때보다 부동산투기가 발생할가능성이 높다. 우선 경기상승이 정점에 달해 기업의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수요가 진정되는데 비해 중화학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은 당분간 호조를 보여 시중자금사정이 여유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종합과세를 피해 움직이는 뭉칫돈의 일부가 부동산투기를 할가능성이 크며 여기에 부동산시세가 바닥권이라는 판단도 가세될 수 있다. 한편 토지거래에 대한 일련의 규제완화및 양도소득세 비과세요건의 완화로부동산 수요확대가 예상되는데다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및 공약이 쏟아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단속하겠다는 의지과시는 당연히 필요한일이다. 다만 행정력을 동원해 투기를 단속하는데는 두가지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나는 투기단속의 효력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투기단속이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다 자칫하면 단속권한을 쥔관계공무원의 부정부패만 조장되기 쉽다. 정부는 부동산실명제의 실시와 토지종합전산망 가동으로 단속에 문제가없다고 자신하나 실질적인 효과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또 한가지는 부동산을 투기단속의 대상으로만 볼수는 없다는 점이다. 경제성장과 자금순환을 위해 실수요자간의 부동산거래는 활성화되어야하며 이때문에 정부도 토지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던 것이 아닌가. 문제는 부동산수요를 투기수요와 실수요로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예방을 행정단속에 의존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없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경제정책의 시행에서 안정원칙을 고수하는것이다. 즉 거시경제적으로 물가안정및 통화관리에 힘써야 한다. 모든 인플레이션은 화폐 현상이므로 통화공급이 방만해 물가가 뛰면 부동산값이 올라 투기를 조장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부동산값이 비싸면 다시 물가상승을 자극하게 된다. 서울이나 도쿄의 물가가 세계적으로 비싼 것도 부동산값이 비싼 탓이 크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과표를 서둘러 현실화하고 비과세대상을 축소하는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부동산투기는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으로 수익성이나빠지면 위축되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조세저항을 걱정하지만 지금도 부동산값이 너무 비싼 점을고려할때 과세강화를 통해 거품발생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사후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