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신조류 경영 새흐름] 국내기업, 선진국 특허공세 봉쇄

국내기업들의 특허관리 개념이 변하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는 ''수비에서 공격으로''다. 선진국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특허공세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국내 업체들이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전술은 해외 특허건수 확대 글로벌 특허 관리시스템 구축특허지도 (Patent Map)등 3가지. 선진국들의 특허공세에 맞불을 지펴나가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셈이다. 이를위해 국내업체들이 신경쓰기 시작한게 다특허 전략. 우선 양적으로 상대방과 대적할 만한 특허 건수를 갖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몸집을 불려 적을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 전략은 "스케일 관리"라고도 불린다. "특허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특허협상에서 유리해지는 건 뻔한 이치다.특허권의 절대량이 모자라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질보다는 양위주로 나가자는 현실적 선택이기도 하다"(삼성전자 지적재산팀 김종표과장) 국내업체의 스케일 관리 추세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미국에 출원되는 특허건수의 증가다. 미국 특허상표청 연감에 기록된 국내기업의 대미 특허출원건수는 지난 93년말 기준으로 1천5백12건. 아직 통계로 잡히진 않았지만 작년에 출원된 건수는 약 1천8백여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 7백68건보다 1천건이나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삼성 LG 대우등 전자3사의 출원건수만 2천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출원이라는 줄기에 달려 나오는 것은 물론 특허권이라는 열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백10건의 특허를 미국에서 획득했다. 세계 기업중 23번째로 많은 "무형자산"을 미국내에서 굴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91년의 1백47건(59위)보다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LG는 작년에 1백44건으로 67위권에 올라 처음으로 1백위권에 들어섰다. 대우와 현대는 올해 1백건 이상의 등록을 넘보고 있다. 해외 특허권 확보와 함께 국내기업들이 최근 들어 본격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글로벌 특허관리 시스템. 신속하게 특허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위해 해외에 전담사무소를 설치하거나 전문주재원을 파견하고 있다. "특허 전방윙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대표적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이들 회사는 올해초 미국 워싱턴에 특허전담 사무소를 설치했다. 삼성은 일본과 미국에, LG는 일본에 특허주재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대우는 미국 독일 일본 등 3개국에 주재원을 파견했다. 이밖에 유럽 일본 등의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맺고 특허관리를 하는 사례도최근 늘고 있다. 다특허 확보와 글로벌관리체제등이 사후관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특허지도는 기술개발단계에서의 공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허지도란 일종의 특허계통도다. 신제품을 기획하고 난 뒤 필요기술에 대한 특허여부를 세밀히 점검해 도표로 그려내는 것. "특허지도를 체계화 시킬 경우 크로스 라이선싱등으로 특허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획을 한 뒤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특허지도를 그리는 것은 연구원들의 ABC가 되고 있다"(현대전자 윤장진부사장) 국내기업들의 이같은 공격적 특허관리는 이밖에도 최근 특허출원국가가 다변화되고 있다는데서도 읽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유럽 일본에 편중됐던 국내기업들의 특허출원이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신흥공업국으로 확대되고 있다"(김창세변리사)는 것. 신흥공업국들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설 10여년 후를 대비해 미리 특허권을 확보하자는 계산에서다. 국내 업체들이 "수비"에서 "공격"위주로 특허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기술력에 근거한 공격형 특허관리를 완벽한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선진국 기업간에는 보편화된 "특허공유"가 국내업체끼리는 좀처럼 나타날기미가 보이지 않는다"(특허청 조현석서기관)는 점 때문이다. 국내업체간 특허공유는 지난 92년 금성사(현 LG전자)와 삼성전관의 사례가유일하다. 국내업체들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특허를 서로 주고 받으며 다양한 특허전술을 구사해 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