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은행 잇단 파산 교훈 금융위기 대비를..한동훈

한동훈 불량채권 누적으로 경영이 악화된 일본은행들의 파산이 계속되고 있어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불량채권 누적과 은행파산은 한 나라의 경제를 순환시키는 통화의 정상적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경기부양대책과 함께 근본적인 불량채권 해결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에서 은행의 불량채권 문제는 90년대 초의 버블붕괴 이후부터 누적되기 시작하여 현재 그 규모는 40조엔(대장성 추정)에서 60조엔(민간 신용평가기관 추정)에 이르고 그 중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이 10조~15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7월31일 발생한 도쿄 최대 신용협동조합 코스모스은행의 파산과 8월30일 청산결정을 받은 효고은행과 기즈신용조합을 합하면 금년들어 모두 6개의 금융기관이 파산이라는 최후를 맞았다. 이같은 파탄을 맞은 최대의 원인은 거액의 부동산 관련 불량채권의 누적과 이로 인한 파급이 일본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일본정부가 방관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시기를 놓쳤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제로성장(92년 1.1%,93년 -0.2%,94년 0.55%,95년 전망 0.4~0.8%)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은행권 전체의 불량채권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오자 대장성 산하의 금융시스템안정화위원회는 뒤늦게 나마 문제 해결을 위한 장단기 종합대책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일본정부나 민간금융기관들이 불량채권의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미룬채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온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악화시킨 것이다. 버블경제의 붕괴로 지가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고가로 땅을 매입한 부동산 업체들과 또한 이들에게 거액의 융자를 해준 금융기관들도 경기가 회복된다면 지가도 회복되고 부동산 개발사업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는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 나올 수가 없었고 이러한 가운데 지가의 약세는 계속되어 부동산 가격이 담보가치를 밑돌며 이자 수입도 끊긴 불량 채권이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여기서 문제시 되는 것은 지가하락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거래가 극히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일정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매각해서 융자금의 일부나마 회수코자 한 은행들의 자구 노력이 실패하게 되자 계속되는 지가하락과 함께 불량채권의 누적이 일본 전국을 뒤흔들게 된 것이다. 이와같은 불량채권 문제는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면서 국제 자금공급국인 일본의 해외자산(94년말 대외 순자산 6,890억달러)매각을 초래하여 전세계적인 파급효과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엔고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선진3국의 외환시장 공동개입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일본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 근본적인 불량채권 대책을 촉구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경기의 확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금융시장에 가해질지도 모르는 외부충격을 사전에 막아내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금융기관들의 경영파탄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정부가 강구해야 할 정책방향은 첫째 저금리 정책과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통한 총체적인 금융완화와 불량채권 담보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둘째 규제완화를 통한 제도의 개혁과 금융기관 파산에 따른 빠른 행정수속의 합리화 등을 들수 있다. 이러한 정책실시로 디플레 압력과 엔고압력을 완화시키고 부동산 매매의 활성화와 파산처리를 신속화함으로써 더 이상의 금융기관의 파산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강구되고 있는 불량채권 대책은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러한 불량채권 문제가 금융기관이나 부동산업체 등에게만 한정된 것이기보다는 일본경제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보다 포괄적인 정책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일본의 부실채권 문제는 상당 기간동안 일본경제 회복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축적된 위기극복에 대한 내성(무역마찰과 엔고 압력)등을 통해 커다란 파국없이 해결의 실마리를 서서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같은 일본은행들의 파산위기를 교훈삼아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지도 모를 금융위기에 대비해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