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도 예산안 63조] 경쟁력 강화/삶의 질 향상..의미/특징

정부가 26일 확정한 96년도 예산안은 크게 두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교육개혁 분야와 삶의 질향상에 재원을 집중 투입키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년도 경기 하강에 대비, 재정의 경기조절과 경제안정 기능을 크게 늘린 점을 들수 있다. 경쟁력 강화와 관련, 정부는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확충등 물적 기반 조성에주력해 왔으나 내년에는 교육개혁과 과학기술투자등 인적자본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 특히 교육개혁을 위해 오는 98년까지 62조의 재원이 투입되는 것과 관련,내년도 교육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24.6% 늘어난 15조 5천6백74억원으로잡았다. 예산측면에서 교육개혁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삶의 질 향상에도 역점이 주어졌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는 복지 증진을 위해 생활보호대상자등 영세계층에 대한 지원폭을 크게 늘렸고 환경관련 예산도 28%이상 증액했다. 삼풍백화점 붕괴등 각종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물의 안전진단등에 재원을 집중 배정한 것도 한가지 특징이다.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한 것은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이 16%에 이르는것으로도 잘 나타난다. 정부는 내년에는 경기가 다소 하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올해 호황으로 인한 초과수요와 총선등의 요인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예산증가율을 다소 높게 잡았다. "재정의 경기조절기능과 물가안정기능을 고려하면 14.9%라는 재정규모 증가율은 높은 것이 아니다"라는 이영탁 예산실장의 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또 건전재정 유지를 위해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를 올해 1조1천억원에서 내년에는 7천억원으로 줄여 GNP대비 0.2%로 축소한 것도 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에 역점을 둔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내년 예산은 총선을 다분히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을 면할수 없을 것 같다. 또 팽창예산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조세부담을 그만큼 가중시켰다는 점도 간과할수 없다. 우선 세출면에서 보면 공무원 처우개선과 방위비 증가가 눈에 띤다. 공무원 처우개선 폭은 지난 92년 이후 가장 높은 9%로 올해(6.8%)보다 2.2% 포인트 높아졌다. 방위비 증가율 역시 92년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수 증가를 기록, 10.7%에 달한다. 공무원 보수의 경우 민간업체와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고 방위비는 하사관등의 사기진작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게 정부측의 설명이나 가장 쉬운"표"잡기용 포석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욱이 인건비 방위비는 예비비 교부금등과 함께 경직성 경비로 볼수 있는데 내년 예산에서 이들 경직성 경비가 올해보다 12.9% 증가, 일반사업비증가를 그만큼 상쇄시켰다고 볼수 있다. 사회간접자본 분야의 경우 정부는 당초 예산편성지침에서 신규사업보다는 완공사업에 집중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소규모의 신규사업수를 상당히 늘려놓았다. 특히 선거철에 삽질만 시작하는 5억원 미만 공사가 2개나 있는데다 30억원미만의 소형 신규공사만도 10개나 된다. 영세민 지원대책 역시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월동비나 피복비등을 증액했으나 근본적인 생계대책 마련보다는 땜질식 처방으로 볼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같은 선심성 경비지출을 위해 세입면의 국민부담은 한층 가중되게 됐다. 일반회계 국세 징수액이 올해보다 16.6% 늘어 조세부담율이 21.2%가 됐고 1인당 담세액은 1백82만9천원으로 높아지게 됐다. 내년 경기는 올해에 비해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팽창예산을 위해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켰다고 볼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지난 93년 이후 계속 감소하던 간접세의 비중이 처음으로증가, 조세형평이라는 면에서도 문제점을 남겨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예산안은 교육개혁등 일부 부문에 대한 집중지원 지원을 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특징 없이 다양하게 벌려 놓아 재정규모만 늘려놓은 선거용 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같다. 특히 당정협의 과정에서 6천억원 가까운 예산이 늘어난 것도 다분히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 흔적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