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 인사 앞당겨 '카운트 다운'..대규모 발탁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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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 대기업그룹들이 하나같이 "인사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한라그룹이 이같은 분위기 조성에 불을 당겼다. 부사장 4명을 사장으로 발탁하는등 임원급 40명을 승진시키는 창립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를 30일 단행했다. 다른 그룹들도 연말인사를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공통 포인트는 발탁승진 확대를 통한 세대교체로 모아진다. 인사 시기도 예년보다 다소 앞당겨질 모양이다. 구본무LG그룹회장과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지난달 그 예고탄을 쏘아올렸다. 입이라도 맞춘듯 하나같이 "발탁"과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구회장은 지난달 5일 그룹 월례 임원모임과 26일의 사장단회의에서 거듭 이를 확인했다.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발탁인사를 확대하겠다"는 요지였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유능한 인재들에게는 근속연수.연령.학력을 따지지 않고 과감하게 발탁하겠다"는 말도 했다. 구회장의 거듭된 이같은 언급은 연말 인사철이 얼마 남지않은 시점에서 나온 것인 만큼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예년엔 12월말이 다 돼서야 단행했던 인사시기도 올핸 크게 앞당길 것으로 전해진다. 늦어도 12월초엔 뚜껑이 열릴 것이란 게 그룹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장실 관계자는 "올 정기 임원급 인사는 구회장 취임이후 처음 단행되는 만큼 규모가 작년(2백68명)보다 훨씬 많을 것만은 분명하다"며 "4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도 상당수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김회장도 "발탁"과 "세대교체"를 암시하는 운을 뗐다. 지난달 중순 국제 모터쇼가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였다. 동행한 한국 기자들에게 "서울 본사의 경영진은 지금보다 열살은 젊어져야 한다. 50대 전무이상은 전부 해외로 내보내겠다. 본사는 40대 위주로 끌고가도록 할 것"이라는 요지의 얘기를 했다. 내년초로 예정돼 있는 정기인사에 관해 구체적이고 명료한 "지침"을 제시한 셈이다. LG와 대우가 아직 "밑그림"만을 그려보이고 있는 단계라면 현대와 삼성그룹은 이미 부분적이나마 "액션"을 취했다. 방향은 물론 "세대교체"였다. 현대는 지난달 중순 그룹내 "소장치"으로 분류되는 박세용종합상사 사장을 그룹 종합기획실장에 겸임 발령하는 "보각 인사"를 단행했다. 연말로 예정돼 있는 "대폭 개각"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욱이 지난 91년 이후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런 관측은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굳이 정명예회장의 활동 반경 확대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현대그룹이 겪어야 했던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훌훌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쇄신 차원의 대폭 인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최근 주력 분야인 기계소그룹장(부회장)을 "장로 세대"로 분류되는 경주현부회장에서 이대원항공사장으로 교체하면서 세대 교체를 본격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삼성은 오는 27일께 사장단 인사를 하는데 이어 빠르면 11월초 전면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임원인사는 관례적으로 연말에 임박해서야 이뤄졌으나 올핸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라는 것.이건희그룹회장이 "각 소그룹별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확정지을 수 있도록 임원인사를 되도록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는 얘기도 있다. 인사 폭에 대해서는 "대폭일 것" "작년보다 다소 작은 폭에 그칠 것"이라는등 구구한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영 실적이 좋았던 전자와 금융소그룹을 중심으로 상당한 발탁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만은 공통적이다. 또 올해로 3주년을 맞는 "신경영"을 실천하는데 보다 적합한 개혁성향의 인물들이 전면에 배치될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선경 쌍용 금호 한보 등도 "조기" "대폭" 인사가 예견되고 있다. 선경그룹은 작년말 도입한 능력본위의 "임원 경영개발(EMD)제도"에 따라 발탁 위주로 오는 12월 중순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그룹은 김석준회장 취임이후 처음 단행되는 만큼 김회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최고경영진을 새로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호 한보 등은 정보통신 금융 등 분야의 신규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능력 위주의 발탁인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