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동차협상] 대외협상때마다 외무-통산부 마찰

통상협상때마다 불거져 나왔던 외무부와 통상산업부간의 주도권 싸움은 한미자동차 협상에서도 여지없이 재연됐다. 특히 이번 협상에선 "협상안 사전유출"이나 "훈령전달 지연"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두부처간의 감정싸움까지 촉발되는등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이로인해 차제에 통상협상 관련 조직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마저일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자동차 협상의 경우 외무부와 통산부의 "갈등 완결판"이라 할 만큼 두부처간의 승강이가 처음부터 끝까지다양한 형태로 삐져 나왔었다. 우선 외무부와 통산부는 협상대표단의 단장 자리를 놓고부터 싸움을 시작했다. 통상교섭에 관한 대표권을 서로 주장하던 두부처간의 공방은 전쟁도 벌이기전에 적전분열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첨예했다. 결국 청와대의 중재로 협상대표단장을 둘러싼 1라운드에선 통산부가 판정승을 거뒀으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의 협상안을 마련하는 관계부처 회의에서도 외무부와 통산부는 의견대립을 그치지 않았다. 외무부는 "세계무역기구(WWTO)제소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고 미국의 내정간섭적인 요구는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협상결렬 불사론"을 주장했다. 반면 통산부는 "현실론"을 들어 "어떻게 해서든 피해를 최소화하면 협상을타결지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양 부처는 협상타결 직전까지도 이러한 시각차로 티격태격했다. "외무부가 협상안을 사전에 의도적으로 흘렸다" "대표단에 훈령전달이 늦어져 협상에 애를 먹었다"는 등의 쇳소리도 이 과정에서 끝이지 않았다. 막판에는 미국측이 제시한 한미자동차 양해각서(MOU)초안의 보고문제로 협상무산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미국과의 협상시한을 불과 몇시간 안남겨놓고 미국이 내놓은 MOU가 대표단도 모르게 외무부에만 보고되는등 손발이 안맞았던 것. 외무부는 28일 새벽 현지 직원으로부터 MOU초안에 "협상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한국이 제도및 법규를 고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재정경제원과 통산부와 긴급협의해 협상을 중단시켰다. 물론 이때까지 협상대표단으로부터 어떤 공식보고도 받지 못했던 통산부는어리둥절해 할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협상은 마지막 순간까지 타결과 결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는 후문이다. 어찌보면 이는 절차상의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통산부관계자도 "미국의 MOU지연전달 문제는 협상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중대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한미자동차 협상에서 끊이지 않은 부처간 불협화음은 통상 주도권에관한 외무부와 통산부간의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된 만큼 원인처방을 필요로 한다는게 중론이다. 통상협상은 부처간 역할분담상 외무부가 대표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와 자동차 문제처럼 고도의 실무지식을 필요로 하는 협상은 역시 "장사꾼"인 통산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조직법에서도 통산부는 "통상"에 관한 사항을, 외무부는 "통상협상"에 관한 일을 맡도록 돼 있는등 업무분장이 분명치 않다. "통상교섭의 대표권"을 놓고 두부처간 갈등이 불가피하게 돼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일각에선 부처간 입을 맞출 강력한 통상조정기구의 신설이나 통상조직의 일원화 필요성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부처간 통상조정기능을 맡았던 경제기획원의 "대외경제조정실"이 있던 때에도 외무부와 통산부의 힘겨루기는 여전했다는 점에서 조직개편보다 두 부처의 진정한 협조의지가 더욱 절실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외국과의 통상협상에서야 말로 외무부와 통산부가 "자기 밥그릇"을 따지기에 앞서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