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독자광장] 아파트구조 개인취향 반영돼야 .. 김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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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고나서 아파트 불법개조가 건물구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야단이더니 급기야는 관리사무소에서 각 세대를 직접 방문,일일이 확인까지 하고 있다. 우리집에도 지난 주에 관리사무소 직원 통장 반장 부녀회 임원이 몰려와서확인하고 돌아 갔는데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다. 주택이란 획일적인 수용소가 아니라 가정생활의 틀이며 생활양식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각 개인마다 취향과 기호가 다를텐데 붕어 빵을 찍어내듯 똑 같은 것을 확인하고 강요하는 모습을 보니 안전상 어쩔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한심한모습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현재 우리의 아파트 문화는 너무나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이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끼여들 여지가 없으며 오로지 먹고 잠자는 기능위주의 공간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외관도 기숙사마냥 비슷비슷하여 도시생활의 삭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제는 아파트 개조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도록 주거패턴에도 개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주택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분양가를 정부에서 규제하기 때문에 다양화를 이룰 수가 없다고 하는데 시대적인 욕구와 동 떨어진 정책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서민용 국민주택 건립은 정부가 직접 관여하여 싼 값에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겠지만 왜 중.대형 평수까지 가격을 규제,획일화시키려는 것인가. 명분상으로도 이해가 가지않는 "행정편의.그리고 행정평등주의적"인 단순발상이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차별화된 세금은 서민용 아파트를 더욱 값싸게 공급할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마저 있을텐데 말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집에서 살고픈 욕망은 본능이다. 규제해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김기희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