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쿤사'의 침입

몇년전 미국의 CBS방송은 1주일에 걸쳐 "마약에 포위된 국가"라는 연속특집물을 방영한바 있다. 미국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적이 마약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세계의 주요 마약생산지에서 밀반출되는 마약의 많은 양을 소비하는 나라가 미국이기때문이다. 타이.미얀마.라오스 접경지대의 이른바 "황금의 삼각지"는 세계 마약생산량의 80%를 제조해 내는 최대 마약공급기지다. 또 콜롬비아는 그 나머지 마약생산량의 대부분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지다. 이들 2개지역은 미국에겐 눈의 가시일수밖에 없다. 미국에 반입되는 히로인의 60%가량이 "황금의 삼각지"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콜롬비아에서 정제된 코카인의 최대 소비지가 미국이니 말이다. 미국의 마약상용인구가 600만명에서 1,000만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마약의 황금시장임에 틀림 없다. 급기야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지난 89년 엄청난 예산을 배정한 마약대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마약밀조조직 괴멸을 위한 대외원조가 포함된 것이다. 콜롬비아의 마약왕인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결성한 에데인 카르텔,힐베르토 미겔 로드리게스 형제가 주도한 칼리 가르텔이 그 목표였다. 93년말에 에스코바르가 사살된데 이어 올들어 로드리게스형제가 속속 체포되었으나 10%에 이르는 콜롬비아인들의 생계가 걸린 코카인생산이발본색원되었다고 볼수는 없다. 한편 미국은 "황금의 삼각지"접경국가에겐 원조중단으로 압력을 가했다. 그러자 미얀마정부는 마약군별인 쿤사(61)의 소탕작전에 나섰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쿤사는 93년말 그의 근거지로 미얀마북부에 있는 샨주의 독립을 선언하고 대통령에 취임해 클린턴대통령에게 "샨국을 승인하고 5개년개발계획을 지원해 준다면 마약재배를 중단하겠다"는 오만방자함까지 보였다. 그런 쿤사의 마약밀매조직이 한국에까지 손을 뻗혔다는 소식이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린 한 한국보석가공업자가 그 조직의 마약을 국내에 들여와 판 대금으로 미얀마 현지의 보석가공공장 설립자금을 마련하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정부도 그동안 손댈수 없었던 큰사의 마약조직이 한국을 시장으로 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 마약거래의 중개거점이었던 한국이 어느덧 소비지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증거라 할수 있다. 미국처럼 중병이 들기 이전에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마약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