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면톱] 건설관행 '연고권' 무너진다..실적확보경쟁 영향

건설공사 수주전이 가열되면서 건설업계의 관행으로 인정되던 연고권 붕괴현상이 가속화되고있다. 연고권이란 단일 공사가 몇개의 공구로 나눠져 순차적으로 발주될때 첫공사나 초기공사를 수행하고있는 업체가 갖는 후속공사입찰때의 우선권으로 업계에서 막후 의견조정을 통해 인정해주고있다. 3일 조달청및 도로공사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업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기존업체들도 건설관련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신규진출업체와 기존실적업체간 경쟁으로 연고권에 의한 공사수주가 크게 줄어들고있다. 특히 사전입찰자격심사(PQ) 공사가 1백억원이상 22개공종으로 확대되고 적격심사제가 도입되면서 실적확보를 위해 연고권을 무시한 저가입찰이 성행하고있다. 관계당국 입찰담당자들과 업계 수주담당임원들은 지난해부터 연고권붕괴현상이 눈에 띠게 발생하고있으며 90%를 넘던 연고권에 의한 수주가 올해 들어 1백억원이상 대형공사 중심으로 70%선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발전소등 부가가치가 높은 공종이나 대형공사의 경우 수주경쟁이 업체간 감정대립으로까지 이어지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최근 삼성건설이 수주한 충청남도 해미비행장 막사등 육상시설공사는 연고권붕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있다. 활주로등 해미비행장 공사 1차에서 5차까지를 현대건설이 시공했거나 시공하고 있어 이 공사도 현대건설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건설이 손익분기점보다 상당히 낮은 1천1백90억원에 수주했다. 이같이 특정업체가 한곳에서 공사를 여러차례 낙찰받아 시공하고있는 경우 다른 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것은 불문률처럼 돼 있었으나 최근 이 연고권이 깨지는 사례가 번번히 발생하고있다고 D업체 수주담당임원은 전했다. 지난달 현대건설이 수주한 영흥도 화력발전소 1,2호기 공사도 기존실적업체의 연고권주장과 신규진출업체의 입찰참가주장이 맞서면서 완전경쟁상태로 돌입,예정가격의 62%(1천1백61억원)로 낙찰됐다. 현대건설이 낙찰률 70%일때 부담하는 현찰보증금 6백85억원를 내면서까지 저가투찰한 것은 해미비행장 공사를 만회하기위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에앞서 영광원전 5,6호기 공사입찰을 앞두고 벌어진 기존업체와 신규진출업체간 마찰도 연고권인정여부를 놓고 발생했던 것으로 이 마찰이 해미비행장공사와 영흥도발전소공사에 영향를 미친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이와함께 최근 도공 발주된 도로공사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 8공구를 비롯해 대전-진주간고속도로 함양-진주간 건설공사 4,5,6,7공구가 연고권붕괴의 대표적이 케이스로 지목된다.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 8공구는 연고권을 주장하던 S업체가 L업체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해 완전경쟁상태에 빠져 삼성건설이 예가의 70%에서 공사를 따냈으며 이 여파로 함양-진주간 4개공사도 완전경쟁으로 쌍용건설 삼부토건 현대건설 동아건설이 각각 낙찰률 69%-70%선에서 수주했다. 또 조달청이 발주한 전동-행정간 국도공사도 업계간 "사전의견조율"이 결렬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예가의 69%선에서 공사를 따냈다. 업계관계자들은 연고권을 무시한 이같은 경쟁은 97년 국내조달시장개방을 앞두고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하지만 경쟁이 저가투찰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조달청 계약과관계자는 이달부터 공사발주에 실제 적용되는 적격심사제를 통해 이같은 저가투찰은 막을수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고권은 단일공사뿐만아니라 인근공사나 같은 지역에서 발주되는 공사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현지 시공업체가 현지여건에 익숙한 것은 물론이고 공사경험,장비및 인력조달등에서 유리해 다른 업체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업계가 인정해온 관행이다. 연고권은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담합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분류되면서 규제대상이 되고있으나 제보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업계및 발주기관에서 묵시적으로 받아들여져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