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법원, 사법개혁 골깊은 인식차..이총리, 발언 사과

이홍구국무총리가 6일 사법개혁과 관련된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공식해명함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사법부간의 대결양상은 일단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봉합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내적으로는 사법개혁추진에 대한 골깊은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있어 또다른 갈등표출을 예고하고있다. 이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사법부에 실례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엄중히 사과했다. 시종 침울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이총리는 "이 문제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총리는 그러나 "사법개혁에 대한 기존 입장이 변화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직답을 회피했다. 세계화추진위와 사법부측이 법조학제위원회를 통해 개혁안을 마련중에 있으므로 이에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게 이유였다. 이같은 발언은 법률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 도입을 골자로한 정부 사법개혁안이 사법부측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데 대한 강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엿볼수있게 한다. 자신의 발언이 정부와 사법부간의 갈등양상으로 비쳐진데 대해서는 사과할수 있지만 사법개혁에 대한 자신의 기존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총리의 해명에 대한 대법원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법원측은 이총리가 기자회견을 갖고있던 바로 그 시간 최종영법원행정처장 ,서성차장등의 핵심간부들은 회의를 갖고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최처장과 이총리간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대법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총리가 해명했다고는 하나 그간 정부측의 협상과정 태도를 볼때 계산된 발언일수 있다"며 "정부측에서 애드벌룬을 띄워놓고는 은근히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불신감을 표시하기도했다. 이총리가 사법개혁에 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것이나 대법원이 언론플레이라고 맞받아친 것은 결국 양측간 감정의 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사법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최대 쟁점은 로스쿨 도입 여부.양측이 참석한 법조인학제위원회는 최종안 마련위해 절충노력을 벌이고있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로 아직 아무런 결론을 도출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은 로스쿨제도를 도입,현행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제도 기능을 흡수하자는 주장인 반면 사법부측은 현행 골격을 유지한채 다소간의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세추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언파문으로 사법개혁안 마련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며 "현상황으로 볼때 양측이 합의된 결론을 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측이 이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한 정부와 대법원측이 독자적으로 사법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