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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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산업회장(61)은 원양어선의 실습항해사로 출발해 동원산업 동원정밀 한신증권 성미전자등을 거느린 동원그룹을 일으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우리나라가 잘살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바다를 개척해야한다"는 바다개발론을 주창해온 김회장은 오대양을 개척,동원산업을 국내최대의 수산업체로 만들었고 참치붐을 일으켰다. 78년에는 카메라 생산업체인 동원정밀을 설립해 제조업에 뛰어들었으며 82년 한신증권을 인수했다. 올해들어서는 여수문화방송국과 성미전자 지분을 전격 사들여 재계에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농수산업인 1차산업과 제조업인 2차산업,서비스업인 3차산업에서 세계제일의 경쟁력을 갖는 기업을 키워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회장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동원산업빌딩 회장실에서 만났다. -동원산업을 창업한 이후 줄곧 해양입국을 주창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상황은 김회장의 생각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기름유출로 바다가 오염되고 적조현상까지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가슴아파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고 자원이 고갈될수록 바다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 시절부터 해양개발을 부르짖었고 세계각국에서 자원보고인 바다를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을 벌였지요. 우리나라도 이제는 바다행정에 대한 정책을 분명히 세워야합니다. 최근 발생한 바다오염과 적조현상은 우리가 바다를 소흘히 한 결과입니다" -산업기술부문 인촌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 일이 많지도 않은데 상을 여러번 받게돼 송구스럽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산업훈장도 여러차례 받았고(82년 동탑,86년 은탑,91년 금탑 수상) 능률협회에서 선정하는 경영자상도 수상해 상복이 많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김영삼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합니다만 해양부 설립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는 해양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수출입교역의 99.9%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대륙지향적일 때에는 왜소해졌고 바다를 중시할때는 발전했습니다. 멀리 장보고시대는 말할것도 없고 해방후에는 바다를 통한 수출지향적인 정책을 폈기 때문에 오늘날의 발전을 이룩한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해양부 설립은 시급합니다. 해양행정이 바로서야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할수 있기 때문이지요" -해양관련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아직까지 해양부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일본에는 해양부라고 이름지어진 행정부처가 없습니다. 이는 일본인들이 바다를 경시해서가 아니고 일본은 정부내 모든부처가 해양업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올해부터 "바다의 날"을 공휴일로 정해 해양진출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습니다. 바다의 날 행사는 일본천황이 직접 참가할 정도로 비중이 대단합니다" -어종이 고갈돼 원양어선들의 고기잡이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동원산업도 이때문에 어획지역을 중위도에서 고위도로 바꾸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참치를 공급하느냐가 중요했으나 이제는 얼마나 우수한 품질의 참치를 잡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들어 중위도에서 잡히는 참치는 t당 5천달러에 수출됩니다. 동원산업은 아직까지 중위도어획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연간 40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위도에서 잡히는 고급 횟감용참치인 참다랑어는 t당 2만5천달러입니다. 부가가치가 다르지요. 우리가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고위도 어획사업에 나서려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문제는 고위도 지역이 높은 파도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는 인도양 남부 고위도(E0~100,S40~45)어장은 어획환경이 최악입니다. 중위도 어장용 어선으로는 안전조업은 물론 승조원의 생명마저 위협을 받을 정도입니다. 기존 선박을 개조하거나 고위도용 원양어선을 새로 도입해야 합니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분야 사업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품분야 사업계획이나 투자계획은.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세계제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원양어업은 국민들에게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수산물의 절반을 원양어업에서 공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질 좋은 식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수산물식품가공 뿐만 아니라 농산물 축산물등의 식품가공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질좋고 맛있는 식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동원산업이 삼양사 대한통운 코오롱 애경산업등과 공동으로 물류회사를 설립하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공동물류회사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일본에서는 이도요카도 다이에이등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2천~3천개의 소매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체물류회사를 운영하는 업체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50여개의 소매점만 있어도 벤더(배송전문회사)의 역할을 하려고 해요. 회사마다 독자적으로 물류를 책임지려 하다보니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지요. 외국은 물류효율화를 위한 배송센터를 확보해 실질적으로 물류코스트를 줄이는 반면 우리는 전시효과만 강조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물류계통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서는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가 없습니다" -물류와 유통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유통이 제조업체가 책임져야할 분야로 돼 있습니다. 예를들어 식품의 유통기한이 지났을 때 제조업체에서는 무조건 반품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유통업체들이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유통기한 초과 제품들도 모두 회수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조업체는 제품손실뿐만 아니라 회수비용 폐기비용등에 엄청난 돈을 써야합니다. 유통기한 문제때문에 국내업계에서 연간 수천억원이상 낭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품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도 제조업체들은 그만큼 손실을 감당해야 하지요. 유통기한 문제는 앞으로 유통업체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야 제품공급의 선입선출원칙을 확실히 지키게 돼고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에 무리하게 제품을 떠넘기는 일도 없어지게 되겠지요. 이같은 개선이 이루어져야 국내 소비재산업이 국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할때 배 한척 가격으로 인수했다고 해서 많은 화제를 남겼는데 당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81년초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최고경영자과정 공부를 하고 있을때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우수한 학생들이 제조회사보다는 증권회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증권분야가 성장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지요. 당시 국내에서는 증권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5개 시중은행 대주주들이 한신증권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원산업 입장에서는 금융업 진출의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자본금 20억원인 회사(동원산업)가 70억원인 한신증권을 인수한다는게 무리라는 반대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동원산업은 유보금이 50억원이 넘었고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많은 평가차익이 발생할 만큼 내실이 있었기 때문에 70억원이 넘는 원양어선을 한 척 산다는 생각에서 입찰에 응했던 것입니다. 동원산업은 당시 입찰에 나섰던 다른 기업보다 2백50만원 많은 71억2천만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최근에 여수 문화방송국과 성미전자의 지분을 인수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통신분야와 멀티미디어 분야로 진출하는 것으로 봐도 좋습니까. "최근 우리사회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것은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그중에서도 통신기술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고 방송도 정보전달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1일정보권에 들어오고 있는 현실속에 매스미디어 분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여수 문화방송국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무선통신사업은 동원산업이 원양어업을 하면서 무선통신을 해왔기 때문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입니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중국이나 북한에 투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동원산업은 이 분야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지난9월 중국 청도에 식품가공공장을 완공했습니다. 게맛살 어묵등을 생산해 중국과 러시아 유럽등에 판매할 계획이지요.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중국에 공장을 짓는것도 이같은 환경변화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우 우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의 태도도 명확하지 않고요.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산업분야를 발전시키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내에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건물과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도로와 항만등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수산업은 단시일내에 외화를 획득할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요.우리와 협력하면 북한에도 보탬이 될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직까지는 협력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멀지않아 기회가 올 것으로 봅니다" -올해3월 동원산업의 목요세미나가 1천회를 넘어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20년이 넘도록 매주 세미나를 열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목요세미나를 지금까지 계속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경영이란 지식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과정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을 사원들이 실감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목요세미나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74년부터 지금까지 목요세미나를 열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경영환경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조직구성원간 전문지식과 정보의 상호 교환,커뮤니케이션 활성화등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하고 학습하는 풍토를 조성해 현재 추진중인 경영혁신운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영역구분이 없어지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고객만족경영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등 다양한 경영혁신기법이 국내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동원산업의 경영혁신계획은 있습니까. "사원의 1인당 생산성을 높이고 형식적 절차 때문에 생기는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사원 모두가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고 조직내에서 보람을 느끼게 하며 고객에게는 기쁨을 줌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도록 조직을 리스트럭처링할 계획입니다. 식품사업의 경우 국민생활수준 향상으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고객만족 역시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언제든지 안심하고 먹을수 있도록 만들어 공급하는게 고객만족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시로 사원들에게 "내가 지금 만드는 제품은 나의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평소 임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변화에 적응하고 보람있는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해 동원산업을 자아실현의 무대로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라고 자주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원들이 택한 동원이라는 무대에서 사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회사와 사원들의 발전이 달라집니다. 사원들의 행동규범으로 정해놓은 "원칙을 철저히,작은 것도 소중히,새로운 것을 과감히"라는 3가지 원칙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담=문중식 편집국부국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