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1돌] 신산업 혁명 : 유통..무한경쟁시대

21세기를 수년 앞둔 국내유통업계가 대변화의 한복판에 서있다. 변화의 물살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으며 ''영세''와 ''낙후''로 상징돼온 유통업계는 이제껏 경험치 못했던 혁명의 파도앞에서 새틀을 짜지 않으면 안될 순간을 맞고 있다. 유통업계의 근본적 탈바꿈을 재촉하는 요인은 시장개방과 신규참여업체의증가가 몰고온 무한경쟁시대의 개막 정보화사회의 도래및 통신수단의눈부신 발달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갈래에서 한꺼번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은 국내업계를 둘러싼 보호막을걷어내는 것과 동시에 선진외국업체와의 힘겨운 적자생존경쟁이 본격화될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세계를 무대로 거미줄 같은 상품조달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선진국의유통자본들은 국내시장공략을 위한 채비를 서둘러 왔으며 레이스의 신호만떨어지면 시장구석구석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 것이 분명한 상태다. 자금력과 첨단운영노하우로 무장한 다국적유통업체들은 네덜란드의 SHV홀딩스, 프랑스의 카푸등이 이미 합작 또는 단독투자형태로 국내시장에 진출해 있는 것을 비롯 월마트 제트로 프로메데스등 수많은 구미업체들이 상륙을 위한 물밑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가격파괴형 할인신업태를 집중적으로 전개할 것이 확실하며 이에따라 백화점 슈퍼 재래시장등이 주도해왔던유통업계의 세력판도에 일대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을 21세기형 유망산업으로 인식한 국내 대기업들의 신규참여행렬 또한 기존유통업체들에 생존과 도약을 위한 변신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 LG 대우 선경 효성 동아등 유통업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거나 참여를 서두르고 있는 대그룹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유통시장에 힘(자금력)과 두뇌(노하우)를 동원한 적자생존의 파워게임이 거세게 몰아닥칠 것임을 알리고 있다. 이에따라 "유통시장은 지금까지의 일부 한정된 업태및 업체간의 힘겨루기에서 벗어나 다자간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 것이 분명하며 앞으로 2000년까지의 5년여가 업계재편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성득신세계백화점 이사는 진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부설 한국유통산업연구소는 외국유통자본과 국내신규참여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전개할 할인신업태의 유통시장(소매매출)비중이 내년의 1%(8천억원)에서 오는2000년이면 6%(8조원)까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는 달리 재래시장과 영세소매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기간동안 76.8%에서 66.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힘과 두뇌를 앞세운 총체적 파워게임의 양상이 짙어질수록 이부문에서 열세에 놓인 소규모업체들의 입지는 약화될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멀티미디어와 통신수단의 발달을 등에 업은 정보화사회의 만개는 소비자들의 쇼핑행태변화와 유통업의 첨단화를 재촉할 또다른 물결로 지목되고 있다. 판매물량 재고량등을 즉시 즉시 파악할수 있도록한 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은 유통업체의 필수무기가 된지 오래며 유통VAN, 판매데이터서비스등도 유통업체간 두뇌싸움의 첨단장비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컴퓨터와 TV 전화 우편망을 활용한 무점포판매, 즉 재택쇼핑은 소비자들의 "쇼핑시테크"를 주도하면서 첨단쇼핑문화를 꽃피울 견인차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8월부터 시험방송과 함께 상품판매를 시작한 홈쇼핑텔레비전과 한국홈쇼핑등 케이블TV양사에는 9월말까지의 2개월간 하루 6백여건과 4백여건씩의 주문이 몰려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에 두회사가 모두 놀라움을금치 못하고 있다. 일부 유통전문가들은 멀티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자카탈로그, 쌍방향TV, 인터넷을 활용한 쇼핑도 멀지않아 실용화될 것이라고 지적, 2000년대에는 유통업체들이 신규점포 개설보다는 무점포판매를 통한 고객확보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금강기획은 카탈로그 전화 컴퓨터등을 이용한 통신판매의 국내시장규모가 90년대들어 급속한 발전을 거듭, 지난91년의 약1천억원에서 올해는 4천억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의 대중화에 이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동남은행 광주은행과 손잡고 올하반기부터 선보인 IC카드(일명 전자지갑)는 선불카드와 직불카드의 기능을 겸비, 국내에도 현금없는 쇼핑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음을 알리고 있다. 유통업계의 새틀과 인식변화를 촉구하는 동인은 소비자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지향에서 가격지향으로 바뀌고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과 핵가족화, 주말쇼핑의 확산은 유통업태간의 강력한 개성화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치 못하는한 경쟁에서 낙오될수 밖에 없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유한섭신세계백화점회장은 "앞으로 5년간 유통혁신의 경계가 없어지고영역도 대폭 재편될 것"이라고 지적, "각업체들은 정보화, 물류공동화등 변화에 대비한 노력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