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선진국 모방의 함정..이한구 <대우경제연 소장>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것은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으로부터 나올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기업들이 과거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할때 보여줬던 능력이 현재에는 다소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돼야 할것 같다. 선진국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정책에 따라 환경오염방지와 근로자보호강화 사회복지확충을 추진했고 게다가 첨단기술까지 개발하느라고 가격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반해 우리 기업들은 그런 것은 별로 하지 않고서 바삐 지나쳐 오면서 그렇게 쉽게 따라갈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구조의 틀이 바뀌였으며 우리는 이들 부문에 비용을 새로 부담하면서 더군다나 이제는 이러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필요가 없는선진국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남들이 걸어갈때 우리는 뛸 각오를해야한다. 그러니까 보통으로 해서는 안되고 잘 할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여력을 확보하고 그 힘으로 부족한 다른 부분을 메꿔 나가는 민간업계 스스로의 전문화와 네트워크화를 통한 그런 자구책을 먼저 강구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그런데 사회전체차원에선 막상 이를 실행하려면 결국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회간접자본도 많이 형성해야 하고 복지도 잘 해줘야 되고 환경보존이나 공해에 대한 대책 기술개발 기존 노동력의 재훈련등 모두가 다 돈이 들어가야만 제대로 갖춰질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본축적이 특히 필요하지만 자금수요가 원체 강한 사회이기 때문에일정기간동안은 외국돈을 빌려 쓸수 밖에 없다. 이때 주의할 것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돈을 쉽게 빌리면 쓸때도 아무데나 쉽게 쓰게 된다는 점이다. 개인차원에서의 유혹은 물론이려니와 정치인들이 부추키는 사회차원의 욕망은 더욱 자제하기 어렵다. 선진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쓰다가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고 경쟁력도 갖추지못한 상태에서 위기를 맞게 되는 날이면 헤어나기 어렵다. 또 다른 한가지는 우리의 통화체계가 불안해 진다는 점이다. 외국의 자본이 많이 들어오면 우선 금리가 내려간다. 아직도 낮은 미래예측가능성과 부실한 시뇽상태 갑작스런 시장개방등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상태하에서 긍지가 높게 형성될수 밖에 없는 우리 금융시장에서 수신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제일 먼저 국내 저축이 줄어들게 된다. 저축이 줄어들대로 줄어들고 씀씀이는 자제가 안될 만큼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개인도 사회도 무너지고 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