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1돌] 정치/행정혁신 : 추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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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규제완화정책이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으려면 규제완화정책 그 자체에대한 과감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와 다를바 없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규제개혁을 이룩하겠다는 것은 기모순에 불과하다. 첫째 추진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규제완화는 소수의 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규제완화를 판단하는 사람들은 규제완화에 관해 충분한 전문적 지식을 갖지 않은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고위공무원들과 단지 파트타임으로만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소위 민간전문가들이다. 전문성과 책임이 결여된 위원들에 의해 추진되는 규제완화작업이 겉핥기식의 졸속과 일관성결여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전문지식을 갖춘 경제학자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상설 규제완화추진기구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조직이 행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각종 민간 이해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지않고 동시에 규제자인 각 정부부처에 대하여 규제완화를 요구할 권한을 가질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규제완화정책의 차원과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이는 곧 규제와 정책을 구분하여 규제를 정책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해온관행을 중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정부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따라서 가장 시급히 규제완화 대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사안들을 정책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란 이유로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그러나 기업활동과 경제효율성을 가장 저해하고 있는 악성규제는 바로이러한 정책적 규제들이다. 셋째 정부는 건수위주의 과시적 규제완화정책을 중단하고 규제완화 내용과 효과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추진해야 한다. 규제를 몇건 완화했다는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허구적인 통계에 불과하다. 건수위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데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다. 건수위주의 평가제도 아래서는 규제완화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경제적인 효과가 큰, 따라서 기득권자의 반발이 큰 규제완화에 노력을 쏟기보다는 아무런 반발도 없고 따라서 국가경제에 극미한 도움만을 주는 절차적 규제완화 발굴에만 관심을 갖게된다. 규제완화를 통하여 기업들의 경쟁이 얼마나 촉진되고 그에 따라 경제적효율성이 얼마나 증진될 것인가에 의해서만 규제완화 성과가 평가되어야한다. 넷째 정부는 규제완화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을 제고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규제완화는 경쟁촉진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그 본질적인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완화 이후에 나타날지 모를 시장실패를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규제완화로 인한 경쟁의 심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언론은 규제완화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으며 생산자위주의 논리에 포획당해 있다. 규제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소비자들도 이러한 생산자위주의 논리와 시장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받아들여 규제완화가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저해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 개별사안에 있어서는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심리가 압도적이다. 이러한 반규제완화적 심리는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에 의해서만 극복될수 있다. 규제완화가 성공을 거두려면 시장기능의 효율성과 잠재적 능력,정부기능의 한계, 규제완화의 목표와 본질 등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