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국민생산성 수준 .. 임동승 < 삼성증권 사장>

우리 국민의 생산성은 어느 수준일까.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유형무형의 기준을 가지고평가해 보려고 할 것이다. 우리 국민 전체의 평균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우리가 흔히쓰는1인당GNP 바로 그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연간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액(GNP)을 분자로 하고총인구를 분모로 한 1인당GNP는 우리 국민 생산성을 반영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노동생산성을 측정할때 그 기업의 연간생산량 또는 생산액을투입노동량 또는 총 종업원수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그동안 1인당GNP를 생산성 지표로서보다는 1인당 소득지표로서 국가별 소득수준비교에 흔히 이용해 왔다. 여기서 알수 있듯이 우리가 고소득 국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국민의 생산성을 높여야함을 쉽게 이해할수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P 수준은 금년에 1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하지만세계에서의 순위는 아직 30~32위에 불과하다. GNP규모가 세계 12위, 무역규모 13위로서 경제규모가 10위권에 육박하고있는 사실과 대조적이다. 이는 우리 국민의 생산성이 우리국력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반영하는 것이다. 1인당GNP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과제는 무엇일까. 1인당 GNP(GNP/인구)를 구성하는 분자와 분모 양측에서 찾아낼수 있다. 우선 분자, 즉 총생산액을 늘리는 일이다. 같은 인구를 가지고 총생산액을 늘리기 위해서는 첫째 산업구조를 고도화고부가가치화시켜 나가야한다. 농어업이나 단순 노동집약적 경공업 등 저부가가치산업의 비중을 줄이고첨단산업비중을 늘려가는 길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 종사하는 종업원 1인당 생산액은 농업에 종사하는노동력에 비해 몇십배나 된다. 최근 임금상승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노동집약적산업으로부터 자본.기술집약적 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이 가속되고 있는것은 다행한 일이다. 둘째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크게 높여가야 한다. 고임금.고토지가.고금리의 고원가 구조하에서 일부는 효율화 노력으로흡수한다해도 제품서비스의 고가화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고가격하에서도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질의 고급화,성능의 개선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기업이 최근 수차례에 걸친 대폭의 엔고를 극복할수 있었던 것은일본제품의 품질에 대한 전세계 소비자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술의 축적이 가속화되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산업구조의 고도화, 품질개선은 물론 혁신적인 코스트다운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심의 경제대권 전쟁에서의 승패는 결국 기술이 좌우한다는 것은이미 상식화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기술수준 기술인력 기술투자 규모 등에서 선진국 수준에 크게못 미치기 때문에 국내기술자원은 물론 선진국의 기술자원을 얼마나 잘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 할수 있다. 다음에는 분모인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앞으로 경제발전에 따라 경제규모는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른 추가적인인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인력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은 중요한과제가 된다. 첫째는 인력의 고급화를 통해 보다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에보다 많은 인력이 배분되어야 한다. 이는 산업구조 고도화의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를 보면 총고용인원중 농어업 등 제1차산업에 종사하는비중은 14%로 미국의 2.9%, 일본의 5.8%, 대만의 11.5% 보다 훨씬 높아 아직도 고용구조의 후진성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로 인구 분포도 국민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분포가 노령화될수록 생산성은 떨어지고 부양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웃 일본이 현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우리도 21세기에 들어서면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어 노인층과 여성인력활용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앞으로 우리는 노동력 부족문제 해결의 상당부분을 여성인력활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사회 모든 부문, 특히 산업부문에서의 자동화를 들수 있다. 공장에서의 자동화, 사무에서의 OA화를 통해 소요인력을 크게 줄일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불필요한 일, 부가가치가 적은 일을 찾아없애거나 줄이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혁신 붐이 일어왔고이로 인해 기업의 체질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은퍽 다행한 일이다. 국내외 환경변화가 기업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음으로써 경영혁신 노력에박차를 가하게 된 결과라 할수 있다. 넷째는 사회 각계층 각 부문의 선진화 효율화가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가경쟁력이나 국가생산성은 국민 모두가 참여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기업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의 효율성이나 정책은 정부자체의 생산성 뿐만 아니라기업등 여타 부문의 생산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도 사회 모든 부문의 효율화 선진화의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라 할수 있다.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대등하게 싸워서이길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인은 물론 공무원 정치가 언론인 교수 일반국민 모두 국가 생산성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혹시 국가발전진로에 방해만 되고 있지않은지 각자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