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인] 스탄 쉬 <대만 에이서 회장>

"기업소유권을 기꺼이 포기하고 돈을 벌겠습니다" 대만 최대이자 세계 7위의 컴퓨터업체 에이서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인스탄 쉬(50)는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말 그대로 "버림으로써 얻는"경영방식으로 2000년께 세계3위업체로 도약하고 싶어한다. 그는 앞으로 5년간 미국과 유럽 남미에 19개 현지법인을 이른바 "분리설립"방식으로 설립, 종국에는 현지출자자가 기업을 소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각 현지법인들은 자치권을 최대한 누리는 독립기업으로서 현지에서 영업활동기반을 넓히며 에이서 제품을 보급하게 된다. 말하자면 에이서의 계열기업이긴 하나 기존 개념과는 크게 다른 형식의 각 독립기업들이 에이서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게 되는 것이다. 스탄 쉬회장은 에이서그룹을 종국에는 독립회사들의 느슨한 연방제 형태를갖춘 다국적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의 이런 "드문 이상"은 권위의 권좌에서 내려와 유연한 자율을 택했던 평소 경영방식에서 비롯됐다. "성선설"을 신봉하는 스탄 쉬는 사람들이 통제를 안해도 스스로 개선하리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출퇴근 시각을 체크하는 출석카드제를 운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하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직원들에게 친구처럼 "스탄"이란 자신의이름만을 부르도록 권하면서 언제나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직원들의 업무처리가 미숙해 때로 손실이 생기더라도 성공을 위한 "교육비"로 여기고 크게 질책하지 않았다. 일하려는 의욕을 꺾지 않기 위해서였다. 측근들은 그가 업무의사결정에서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코 강요하지 않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사원을 채용할 때도 에이서가 망할 가능성도 있음을 충분히 주지시킨 다음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에이서는 올해 PC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나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수입도 전년보다 60% 뛰어 50억달러에 달하리라고 전망한다. 미시장조사기관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금년6월까지 에이서컴퓨터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은 2배가 신장해 7%를 차지했다. 이같은 고속성장은 에이서가 수요의 변화에 맞춰 값싼 제품을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스탄 쉬는 기업내에서 직원들과 수평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듯, 조직운영체제도 전세계의 컴퓨터부품 제조 또는 조립공장들을 "35개의 독립회사 네트워크"체제로 정비했다. 독자적인 경영법을 채택한 계열사들은 필요제품을 서로 판매 혹은 구매하는방식으로 조달한다. 이때 "경쟁의 원리"에 입각, 외부기업이 동일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출하할때 그것을 구입한다. 이와 함께 각 회사들은 제품의 신속배달체제를 구축해 제품생산시 똑같은 시험절차를 거침으로써 에이서컴퓨터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을 자랑한다. 스탄 쉬는 맥도널드 햄버거의 맛이 세계 어디서나 같은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서는 참신한 모델을 언제 어디서나 공급할수 있습니다"는 그의 말에는야망을 이미 절반쯤 성취한 듯한 자신감이 스며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