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비자금 파문] '비자금 5천억뿐' .. 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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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시절 조성한 비자금은 모두 5천억원"이라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이에대한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대답은 "NO"다. 일반국민들 사이에서도 "글쎄..."라는 반응이 많다. 따라서 노전대통령만이 알고있는 "진실"을 앞으로 검찰이 밝혀낼수 있을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노전대통령의 대국민성명이 있은 직후 야권은 일제히 "턱도 없는 소리"라며반박하고 나섰다. 국민회의 박지원대변인은 "5천억원은 물론 1천7백억원을 썼다는 것도 은폐내지 축소"라고 밝혔다. 그는 "수많은 이권을 챙긴 노씨가 대부분의 비자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았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도 "그간의 의혹설로 미뤄볼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6공비자금 진상조사위(위원장 강창성의원)는 "국내외를 합쳐 1조원에 이를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믿을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처럼 야권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5천억 비자금"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우선 6공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받아챙긴 리베이트만해도 이정도는 될 것이라는 심증에 기인한다. 이중 6공때에만 15조원이 투입된 율곡사업은 공식 리베이트(3~5%)만해도 최소 4천5백억~최대 7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주당은 F16으로의 기종변경과정에서만 1억달러를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6공의 주요사업 가운데 비자금 조성원으로 "의혹"받고 있는 17건의 원전 발주관련 비자금(2천6백억원설) 수서택지분양 로비자금(3백억원설) 골프장 내인가 로비자금(통상 10억원x1백39개=1천3백90억원설) 한양 배종렬회장의 2백억원 제공설 동화은행 비자금(6공실세에 50억원 제공설)만해도 단순합산할 경우 총4천5백4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밖에 구체적인 금액은 알수 없어도 시중에 오르내리는 비자금 의혹사건들, 예컨대 주택2백만호 건설사업 슬롯머신 사건 광주상무대 비리사건 삼성의 상용차진출등 신규사업인가 과정에서의 정치자금까지 포함하면 1조원쯤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야권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30대그룹을 중심으로한 준조세격 정치자금(그룹당 적게는 30억~많게는 1백억원)과 민주당이 스위스은행에 예치돼 있다고 주장하는 8천만달러(약 6백40억원)등을 합하면 그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게다가 최근 야당가에는 김옥숙씨가 "안방 비자금"을 따로 관리해 왔다는 풍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기업회장 부인들로부터의 상납금과 수서자금 일부로 약2천억원 가량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는게 루머의 골자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결과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씨 패밀리"의 비자금파문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공산이 크다. 또 지금까지 동산에만 모아졌던 축재형 비자금파문의 불똥이 불동산에까지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박계동의원은 26일 "전.노 두 전직대통령이 관련된 엄청난 부동산비리에 관해 제보를 받았다"며 현재 비리내용을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만일 박의원의 주장대로 이들이 빼돌린 땅이 여의도(80만평)넓이에 이른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까지 밝혀진 금융자산은 "새발의 피"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노전대통령은 27일 6공비자금이 최소한 자신의 총재산(10억원,92년3월 재산공개당시 시가추정)의 5백배라는 걸 인정한 셈이며 야권은 "그것도못믿겠다"고 반박하고 있는게 지금의 형국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