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00억달러 시대] 이곳은 이렇게 공략하라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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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파크 애비뉴 58번가에는 다나 부크만이라는 여성의류직매점이 있다. 매장이라야 30평 남짓하다. 그러나 이 매장에서 올리는 연간 매출액은 1,000만달러를 넘는다. 이탈리아 회사인 이 매장은 맨해튼 한 가운데에 매장을 설치, 바이어는 물론 소비자도 직접 상대한다. 미국의 심장부를 파고 들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탈리아 회사만이 아니다. 유럽 일본 대만회사들도 미국시장공략에는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미국의 총상품 수입액은 6,700만달러였다. 이같은 수입시장 규모는 독일의 2배, 일본이나 프랑스의 3배나 된다.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면서 수입시장이 바로 미국이다. 이런 미국은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수입이 가장 개방돼 있다. 경쟁력만 있다면 국적불문하고 어떠한 상품도 미국시장에서 자유롭게 팔수 있다. 따라서 미국시장은 전세계의 제품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한치의 양보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방대하면서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미국시장은 몇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미국시장은 소비자의 나이 성별 지역 라이프스타일 인종, 그리고 교육수준등에 따라 시장세분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평균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공기총식 전략은 절대 먹혀들지 않는다. 구체적인 세부시장을 파고 들어야 성공할수 있다. 둘째는 유통업체의 입김이 강한 시장이다.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나 미국시장은 특히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월마트나 K마트등 디스카운트 상점들이 전국적인 체인망을 형성하면서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생산업자를 장악할 정도로 힘이 커져 있다. 셋째는 소비자들의 제품선택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0여년간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넷째는 급속한 기술개발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는 시장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에 의한 상품개발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덤벼들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미국이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이긴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아직 많은 문제점을안고 있다. 우선 중국 아세안국가등에 밀려 의류 신발 가죽제품 완구등 값싼 경공업제품의 시장 셰어가 크게 잠식 당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정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수출상품이 경쟁국에비해 한정적이다. 대만은 수출액 1억5,000만달러 이상인 산업수가 40종(SITC3단위 기준)인데비해 한국은 고작 23종에 불과한게 단적인 예이다. 특히 우리기업들의 마케팅능력 부족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금이나 인력의 부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종합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수 있는전시회활용 또한 미흡하다. 미국은 전시회천국이라 할 정도로 전시회가 많다. 연간 5,000회 이상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들 전시회에 대한 개별참가는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사실 우리 수출은 미국시장이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시장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체계적 조직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공략의 한 방법으로 주별 시장접근이 효과적이다. 미국은 50개의 상이한 시장상황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된다. 무엇보다도 유통업계에 대한 인식변화가 앞으로 대미수출의 관건이라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미국의 소비유통은 TV를 통한 홈쇼핑과 프라이스클럽 월마트등 대형유통체인을 통한 가격파괴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유통채널에 대한 대량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역협회 뉴욕지부 이상직이사는 "소비자를 직접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대부분을 바이어에 의존해 수출하는 우리로서는 채산성을 맞추기도 힘들 뿐더러 바이어의 그늘을 벗어나기도 어렵게 돼 있다. 소비자기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더더욱 힘들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