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비자금 파문] "부담있어도 정면 돌파"..YS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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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이 캐나다 국빈방문및 유엔정상회담을 마치고 28일오후 귀국,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에 대해 어떤 방식의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하와이에서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실감케 하겠다"며 비자금사건을 사법절차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비자금파문이 단순한 사법적 차원의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대통령이 내보일 정치적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김대통령의 해법이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로 국한될지 아니면 노전대통령이 속했던 구여권과의 청산을 택할지,나아가 정치판 새로짜기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대통령이 해외에서 한 발언만으로는 향후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김대통령은 "정치적 절충은 없을것"이라고 언급,정공법으로 비자금파문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중을 비쳤지만 귀국후 대처해야할 국내상황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김대통령 앞에 놓인 상황변수는 대체로 민자당내 계파간의 의견차이 야권의 정치공세 국민여론등으로 나눠볼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해 정치적 선택을 내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전대통령의 사법처리문제에 대해선 여권내에서도 양론이 있다. 민주계측은 비자금파문으로 정치권 모두가 회복불가능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개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전대통령의 천문학적인 축재등 구정권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에 "6공과의 동거"는 끝나야하며 개혁세력을 따로 묶어 새로운 집권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정계측은 이번 비자금파문은 노전대통령 개인의 부정이기때문에 6공출신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현정권도 6공비자금을 얻어 대선에 쓴 마당에 노전대통령 한사람 처리로 국한해야지 이를 확대하는 것은 정치적 음모가 깔린 움직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속에 야권은 대선자금을 메뉴로 정치공세에 나서 김대통령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한 운신의 폭을 조여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또 이원조 이용만씨의 대선자금 조성과정과 그 규모를 계속 문제삼고 있기 때문에 김대통령이 이에대해 어떤 형태로든 해명하지 않을 경우 또다른 파문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없지않다. 특히 노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음을 시인한 김대중총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구겨진 자신의 위상을 김대통령에 전달된 노전대통령의 대선 비자금문제를 건드려 만회하려고 하고 있는 것도 김대통령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여권은 일단 대선자금문제는 노전대통령의 검찰진술를 지켜본뒤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공개할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놓고 있다. 김대통령도 이 문제를 더이상 회피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면 "대통령취임이후 단 한푼의 부정한 돈도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라며 "현재의 결백"을 강조,국민들로부터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대선자금문제를 정면돌파한다해도 국민이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겠느냐도 문제로 남는다. 노전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음에도 여론은 더 악화돼 노전대통령을 당장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비자금파문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한층 증폭되고 있는만큼 차제에 김대통령이 확실한 단안을 내리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김대통령은 하와이에서 "귀국후 보다 상세한 보고를 받아봐야겠다"고만 밝혀 향후 정국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의중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쳐볼때 귀국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김대통령은 부정축재나 비리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금융실명제와 정치관계법개혁등이 마련된 만큼 과거 정치권의 치부관행이 단절돼야 한다는 전제아래 비자금파문 대선자금등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공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또 김대통령이 그동안 정치적 고비때마다 예상을 벗어나는 행보를 해온 스타일로 봐서도 비자금파문을 단순한 "대증요법"으로는 마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