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비자금 파문] '괴자금'설 전주는 '노씨'

노태우씨가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이 속속 베일을 벗기면서 문민정부들어 재계를 떠돌아다녔던 1조여원의 "괴자금"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에 밑도 끝도 없이 "연리 6%.5년거치 상환"등의 파격적 조건으로 대출 제의가 이뤄졌던 "얼굴없는 돈"의 실체는 다름아닌 노씨 비자금이었다는 것. 이 괴자금은 특히 금융실명제가 단행된 지난 93년 8월이후 대기업들 사이를떠돌아다녔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 "장기저리 거액자금"에 솔깃하면서도 "출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뿌리치고 말았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이 괴자금을 "산업자금화"하는 용단을 내렸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보그룹이다. 작년 정기국회때 민주당(당시) 김원길의원은 "한보등 8개 계열기업군이 사채알선업자들로부터 거액의 저리대출을 제의받고 이를 수락했다"며 관련 서류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대출관련 자금으로 000억원을 우선 지급 요청합니다"라는 대표이사 자필 대출요청서를 알선업자들에게 제출한 뒤 주거래은행을 통해 해당 금액을 입금받는 형식으로 거액을 빌려 썼다는 것. 이중 한보철강의 경우 김종국자금담당 사장의 서명과 정보근대표이사의 명판이 찍힌 융자신청서에서 1천5백억원을 연6% 5년거치 상환조건으로 빌린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거액의 괴자금을 노씨 돈으로 강하게 추정했었다. 근거는 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는 바람에 비자금을 제대로 숨기지 못했고 괴머니 알선책들이 거액 차명계좌의 존재를 공공연히 알렸으며 "알만한금융기관 임원"들도 이 자금을 적극 주선했다는 점 등이었다. 이같은 추측은 노씨 비자금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거의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노씨가 비자금을 거액의 차명계좌로 은닉해왔으며 신한은행 동아투자금융 등 비자금계좌를 맡아온 금융기관들이 상식 이하로 허술하게 노씨 자금을 관리한 사실 등이 이 괴자금 운용방식과 딱 떨어지게 들어맞는다는 것.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